작가와 지망생
2019년 11월 첫 책으로 소설 <작가님? 작가님!>을 냈다.
2020년 7월 두 번째 책으로 골프 에세이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를 냈다.
2021년 3월 세 번째 책으로 에세이 <난생처음 내 책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를 냈다.
책 세 권을 다 출판사 투고로만 냈는데, 묘하게도 8개월 텀으로 책이 나왔다. 십팔 개월도 아니고! 팔 개월, 네? 아니, 무슨 누구는 평생 하나 내기도 힘들다는 책을 8개월에 하나씩 내는 건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대단하다고 해주세요. 네? 뭐 그만큼 제가 글을 아주 기똥차게 잘 썼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깔깔깔.
그렇게 책을 세 권이나 냈는데도 브런치 구독자는 좀처럼 늘지 않고, 그래서 재미 삼아 브런치 너 이 생키 나랑 맞짱 한번 뜨자, 하는 글을 썼는데 어째서인지 다른 글에 비해 조회수도 높게 나오고, 라이킷도 좀 눌린다. 아마 평소 브런치에 불만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보고 있습니까 브런치?
https://brunch.co.kr/@mc2kh/211
아무튼 <나랑 싸우자 브런치!>를 읽어주신 한분이 구독자가 되어주셔서 쓰신 글을 한 번 읽어보았는데, '작가'라는 호칭에 대해 고민이 묻어나는 글이었다. 작가란 뭘까, 하는. 나는 과연 작가인가, 하는. 그 글을 보면서 생각도 많아지고 공감도 많이 되었는데, 나 역시 오랜시간 같은 고민과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다.
요즘은 작가 대-양산의 시대 아닌가. 마음만 먹으면 부크크 같은 POD 출판이나 자가 출판으로 책도 낼 수 있고, 스스로 작가 타이틀을 붙이는 사람들도 많은 시대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
나는 2018년 출판사에 원고 투고하면서 한 편집자로부터, "음, 자네 글 괜찮은데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에 글을 한 번 써보는 게 어떻겠는가?" 하는 권유를 받고 브런치를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에 글 쓰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대부분 '작가 지망생'이라고 생각을 해왔는데, 브런치는 글 쓰는 인간들은 대체로 자존감이 낮다는 걸 파악했는가 보다. 뭐 일단, 브런치에 글 쓸 수 있으면 다 작가래. 브런치 작가.
그래서 SNS 따윌 하다 보면, '브런치작가' 라는 해시태그도 많이 보이고, 엣헴, 제가 바로 브런치 작가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는 듯한 사람들도 보이고, 심지어는 브런치 작가 되는 법! 하는 강의(?) 같은 것도 보인다... 흐음... 아니, 브런치에 글쓰기 권한 부여받는 걸 강의까지 받아가며 배운다고? 혼란하다 혼란해.
브런치는 그냥 가끔 공모전 열리는 글쓰기 플랫폼이고, 여기 글 쓰는 사람들 보통은 다 작가 지망생 아닙니까. 글 좀 잘 써보고 싶은 사람들. 그러다 기회가 되면 책도 좀 내고하는 작가가 되고 싶은 지망생들. 브런치에서 "너 우리 플랫폼에 글 쓸 수 있게 되었다. 이제부터 너를 작가라고 불러주마." 한다고 해서 정말 다 어깨 으쓱해져 가지고, 엣헴, 내가 바로 브런치 작가! 하는 건가 싶은데, 시대가 이제 좀 그런 거 같긴 해.
첫 번째 책 <작가님? 작가님!>은 작가 지망생의 이야기를 다룬 서간체 소설이었고, 세 번째 책 <난생처음 내 책> 역시 작가 지망생이 투고하면서 편집자를 만난 이야기와 글쓰기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였다. 그래서인지 유독 나는 '작가'라는 단어와 호칭에 대해 고민이 많기도 했고, 글을 쓰면서 겸손을 미덕으로 알고 지내왔다.
그동안 나는 누가, 이보게 이경 작가, 하고 부르면, 흐흑, 작가라니, 나 같은 놈이 무슨 작가란 말입니까, 크흑, 하면서 부끄러워서 어디 숨고 싶고 그랬는데 흐음.
반면 요즘의 작가라 함은 겸손의 미덕 따위 집어치우고 아주 그냥 나 잘났다는 식으로 어필을 해가며, 남들이 작가라고 안 불러줘도 스스로 나는 작가요, 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글을 쓰면서, 어쩌다 책이라도 하나 나오면, 엣헴 제가 책을 냈는데 말이지요, 하면서 글쓰기 강의도 좀 하고, 내가 브런치에서 방구 좀 뀐다 하면, 또 어디 가서 엣헴 내가 브런치 작가인데 말이지요, 하면서 퍼스날브랜딩인가 뭔가를 해가면서...
그러니 요즘엔 어째서인지 작가 지망생보다 작가가 더 많은 시대 같다. 자칭이든 타칭이든. 후우. 작가, 그거 뭘까. 뭡니까 대체? 내가 뭐 처음부터 '작가'라는 호칭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그랬던 것은 아니고, 떠올려보면 책을 준비하면서 꼴 보기 싫은 광경을 너무 많이 봐와서 그런 거 같다.
글쓰기, 책 쓰기 강의 같은 거. 무슨무슨 책 쓰기 협회에서는 수강료로 돈 천만 원 받아 가며 글쓰기를 가르치는데, 거기서 글쓰기 배우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다 '천재 작가'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천재 작가 몇 기 수강생, 이러면서 자기들끼리 자화자찬, 어이쿠 우리 글쓰기 선생님, 도사님, 박사님 수업 잘 듣고, 그러면 곧 책도 낼 수 있고, 나도 글 잘 쓰는데 너님도 글을 잘 쓰시네요, 하면서, 그렇게 공저나 자비출판 비슷하게 자기 계발서 내면서, 엣헴 내가 작가입니다. 바로 천재 작가... 하는 꼬락서니.
그게 너무 추해 보여서, (상식적으로 돈 천만 원 수강료 내고 책 쓰기 배울 바에야 그냥 처음부터 자비 출판하는 게 낫지 않습니까? -_-) 나는 절대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돈 천만 원 있으면 저금하고 소고기 사 먹어야지, 작가 지망생 주제에 어디 가서 헤헤헤 저는 작가인데 말이지영, 하지 말아야지 해온 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 같다.
그러니까 스스로 작가로 부르든, 브런치에서 작가로 불러주든 뭐 요즘 시대에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 한 번쯤 '작가'라는 단어에 대해 고민 좀 해보고, 뭐 그러면 좋지 않을까 싶다. 브런치 이 생키들은 왜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는 걸까. 아, 내가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가 보다, 책 쓰기 협회에선 왜 회원들을 '천재 작가'라고 불러주는 걸까. 아, 그건 회원들 등쳐먹기 위함인가 보다, 하고서.
내가 볼 때 이렇게 단어 하나하나 의미를 짚어가며 생각 많이 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좋은 글을 쓰더라. 아, 그러니까 저 같은 사람 말입니다. 깔깔깔. 제 얘기예요. 요즘의 작가라 함은 겸손 따위 버리고, 온갖 잘난 척을 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헤헤헤헤.
밴드 들국화 전인권의 명언 중에 좋아하는 말이 있다. 호랑이는 자기가 왜 호랑이로 불리는지 모른다고, 사람들이 호랑이라고 불러주니까 호랑이가 된 것이라고. 작가도 비슷하지 않을까. 스스로 나는 작가요, 천재 작가요, 암만 떠들어봐야, 꾸준히 글을 쓴다면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작가'라고 불러주겠지.
그런 점에서 김연수의 산문 <소설가의 일>에 실린 문장도 사랑한다.
'매일 글을 쓴다. 한 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김연수 - <소설가의 일> 中에서.
나는 한때 편협한 시선을 가지고, 출간의 꿈을 이루어야만 작가가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단어 하나하나 붙잡아 고민을 해가며 꾸준히 글을 쓴다면, 그때는 작가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