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무용한 물건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책갈피'가 아닐까 싶다. 살면서 내가 쓰려고 돈을 주고서 책갈피를 사본 적이 있는지, 암만 떠올려봐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책에 날개가 붙어있다면 그 날개로 책의 갈피를 잡고, 날개 없는 책이라도 손에 잡히는 그 무엇으로도 갈피를 잡을 수 있으니까.
책의 모서리 한쪽을 접어도 그만이고, 낮에 천오백 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고서 받은 영수증을 접어 써도 그만이고, 씹던 껌종이를 사용해도 되고, 매일 받아보는 지역 신문 한쪽을 아무렇게나 찢어도 되고, 그 안에 들어있는 광고지를 써도 되고, 이면지나 그것도 아니면 a4 종이를 접어 써도 되겠지.
이처럼 책의 갈피를 잡으라고 나오는 책갈피는 세상 쓸데없는 무용한 물건처럼 느껴진다. 세상 무용한 물건. 내 돈 주고는 절대 사지 않을 것 같은.
판매용 상품으로 나오는 책갈피는 그래서 아름다운 물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만 뻗으면 대체 가능한 물건이 많이 있음에도 이걸 선물로 받게 된다면, 의미가 생겨버리니까. 세상 무용한 물건에서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소중한 '선물'이 되어버리니까.
살면서 그 세상 무용하다고 여겼던 책갈피 선물을 몇 번 받았다. 아무거나 또 아무렇게나 쉽게 쓰고서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물건이 그렇지 않게 되어버린다.
책은 잘 안 읽지만, 꿈속에서 널 다시 만나기 위해 책갈피가 필요하다는 보니의 <꿈갈피>를 좋아한다.
'이 꿈은 이게 다가 아냐, 분명 엔딩 크레딧까지 있을 걸'
사진은 어느 날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보고 와서는 와이프가 선물해준 지킬하이드 책갈피. 아무래도 내 성격이 지킬하이드처럼 왔다 갔다 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