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팔할까 봐요.

by 이경


자고 일어났더니 인서타에 댓글이 하나 달렸다. 언팔할까봐요, 라는 첫 문장을 읽고는 아아, 독자님이 변심을 하셨구나, 인서타에서 허구한 날 떠들어대는 주접을 견뎌내지 못하시고 멀어지시기로 하셨구나, 싶었는데 그 뒤의 내용을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러니까능 이것은 무명 글쟁이 이경의 개쩌는 필력으로 인하야 자꾸만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하는 궁극의 칭찬이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네네. 서울대 국문과 나왔다는 작가의 글을 읽어도 쫄지 않던 분이 무명 글쟁이 이경의 글을 읽으시곤, 요놈 봐라, 요놈요놈은 타고난 글쟁이이구나 하는, 네네...


독자님께서 왜 이런 내용의 댓글을 달았는가 하면, 바로 어제 인서타에 올린 글의 내용 중에서 무명 글쟁이 이경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아아, 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은데, 엣헴.


살면서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콤플렉스랄까 열등감 덩어리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에... 일단 외모 콤플렉스가 있겠다. 아아, 어제도 못생겼던 나의 얼굴 오늘도 못생겼구나, 아마 내일은 더 못생겨지겠지, 하는 건데. 옆에서 누군가, 자네는 그래도 나름 귀여운 구석이 있다네, 칭찬을 해준다면 조금씩 콤플렉스를 벗어낼 수 있겠으나, 귀엽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시간의 흐름에 대체로 반비례하여, 한마디로 글렀다는 이야기이다. 바로 지척에 있는 와이프라는 사람도, 내가 셀카를 찍고 있으면, "뭐 하는 거야 지금?" 하고서 놀라는 상황이다 이겁니다, 네네.


그리고 또 하나의 대표적인 콤플렉스가 가방끈 콤플렉스이다. 배움이 짧은 관계로다가 삶의 대부분을 쭈글쭈글쭈구리로 살아오게 되었달까. 한때는 명문대 문창과 출신의 사람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나보다 훨씬 뛰어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래 그들이 글을 써내지 못하는 까닭은 마음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야, 하는 생각으로 번데기 부럽지 않게 쭈글쭈글 주름을 잡아가며 살기도 했는데, 하나둘 아아 무명 글쟁이 이경은 글을 좀 쓰네, 하는 칭찬을 해주시니까능 오랜 시간 나를 억눌러왔던 이 가방끈 콤플렉스에서도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던가, 보고 있나 우영우?


여하튼 너 글 잘 쓴다, 너 좀 타고 난 거 같다 하는 글 칭찬을 들으면, 에이 그러지 마십시오, 하고서 겸양을 떠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와씨 나 진짜 타고났나, 하는 마음으로 자신감을 채워나가기도 하는 것이다. 아씨 진짜 나 좀 타고났나, 우헤헤헤. 근데 왜 책은 잘 안 팔리는 거 같지...


글쓰기란 타고나는 것인가, 혹은 만들어지는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 그 왜 에디슨 영감님이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오랜 시간 아아 그만큼 노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군, 하는 의미로 이해해왔지만 사실 에디슨의 진짜 의도는 노력 그거 암만 해봐야 타고난 1%가 없으면 말짱 꽝이라는 의미였다고 하니, 어쩌면 배움이 짧은 나의 글쓰기도 타고난 것이 아닌가 하는... 어엌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글 칭찬을 받아서 네네... 쭈글쭈글한 저도 가끔은 주름을 펴야 하지 않겠냐며...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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