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작가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by 이경



지난여름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렀더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9회 수상작들의 책과 함께, 작가들의 얼굴과 상반신이 흑백의 사진으로 걸려있었다. 이야, 멋있네, 브런치에서 엄청 밀어주는구나, 부럽다, 짱이다 하는 생각을 하며 책들을 한 번 쓰윽 보고서 작가분들의 이름과 얼굴을 또 한 번 쓰윽 보고서야 대상 수상자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대상작 열 작품 뽑는데 그 주인이 모두 여성 작가라니. 그 전에도 브런치북 수상작들이 발표 나면 이번에는 어떤 분들이 뽑혔는가 한번 후루룩 봤는데 이렇게 한쪽 성별로 몰빵 된 적이 있었는가 싶다. 이쯤에서 이 생키 이거 뭐, 젠더 갈등 그런 이야기 하려고 하는 건가 싶으신 분들 있을랑가 몰라도, 저는 그런 거 모르겠고 그냥 사실이 그러하더라 이겁니다, 네네.


기실 브런치에는 에세이류의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고, 에세이의 주요 독자층이 20~50대 여성 분들이라는 점, 또 에세이를 쓰는 분들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죠.


같이 책 작업했던 한 출판사(라고 쓰고 <작가의 목소리>를 출간한 '마누스'라고 읽습니다, 네네) 대표님을 만나면 내 책 이후에는 어떤 책이 나올지 물어보기도 하고, 책을 쓰시는 분들의 연령이나 성별을 여쭤보기도 하는데, 어째서인지 하나같이 모두 여성 분들이다. 내 책 다음에 <방황의 조각들>을 내신 온정 작가님도, 그다음 책 <배우의 목소리>를 내신 연지 작가님도 여성이며, 앞으로 나올 그 다다음 분도, 또 그 다다다음 분도, 또 그 다다다다음 분도 모두 여성이다.


지난날 마누스 출판사와 미팅을 하였을 때 대표님은 출간 목록 저자의 남녀 성비를 1 : 1로 맞추고 싶다, 하는 원대한 소망을 내비친 적이 있어서, 얼마 전에는 "대표님, 대표님, 남녀 성비 비슷하게 가고 싶다던 그 소망 여전히 유효하십니까." 여쭈었더니 진작에 때려치우셨다는 후문을 들려주셨다. 무엇이 출판사 대표님의 원대한 소망을 포기하게끔 만들었을까, 는 사실 모르겠습니다. 네네.


대표님이 남녀성비 맞추고 싶다는 소망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저는 내심 쾌재를 부르며 네? 왜냐하면 어째서냐하면 비코오즈 남성 작가분들이 나와봐야 언젠가는 저의 잠재적 경쟁자가 될 것이 아니겠냐며, 네네, 또 여초의 출판사 상황에서 그만큼 제가 가지고 있는 언어감수성이랄까, 뭐 그러한 것이 튀지 않고, 훌륭하다아아아아아아, 괜찮다아아아아, 봐줄만하다아아, 네? 뭐 그런 방증 아니겠습니까, 네네. 제 책을 읽어주신 분들 빨리 그렇다고 고개 끄덕여주세요, 네네.


이로써 저는 당분간 마누스 출판사의 작가 목록에서 청일점으로 남게 되었다는, 네네. 아, 뭐 따지고 보면 저 말고 다른 남성 분도 있긴 한데, 그분은 <10억을 팝니다>라는 에세이를 쓰신 부부 작가님이시기 때문에, 공저 작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마누스에서 단독 남성 글쟁이는 그냥 저 혼자 있는 걸로 쳐주세요. 유이보다는 유일이 뭔가 좀 더 그럴듯해 보이지 않냐며, 여하튼 마누스 출판사의 청일점 바로 저예요. 네네.


남성 작가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뭐 가긴 어디 가겠습니까, 어디에서든 글 쓰시고들 계시겠져.

그냥 이건 원고 쓰다가 지쳐서 오랜만에 떠들어보는 책광고이다, 이거예요. 네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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