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다는 글의 뜻을 아십니까

by 이경



낮에 버스를 타고 움직이는데 인스타그램 DM 알람이 떴다. 책을 내고 나서는 가끔 출판사로부터 DM이 오곤 하는데, 또 어디에서 글 좀 써서 보내라는 메시지인가 싶어서 룰루랄라 보았더니 친구 ‘장’의 메시지였다.


신지훈이 부른 <시가 될 이야기>를 들어보았느냐고, ‘예민’이 요즘 시대에 활동했다면 나왔을법한 훌륭한 곡이라며, 나도 좋아할 것 같으니 들어보라는 내용이었다. ‘예민’하면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 <아에이오우> 등 한국에서 가장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음악을 하는 뮤지션 아닌가.


그런 반가움은 차치하고서라도, 나이 마흔 먹고도 좋은 음악이 있다며 추천해주는 친구가 있다니, 나는 행복한 사람이구나, 싶어서 ‘장’의 메시지를 받고는 실로 좋은 기분이 들었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 탓에 바로 음악을 찾아 듣진 못하고, 잠들기 전 뒤늦게 ‘장’의 추천이 떠올라 <시가 될 이야기>를 듣는데, ‘장’의 말대로 과연 예민의 감성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특히, 속절없다는 글의 뜻을 아는지 물으면서 시작하는 이야기가 맘에 들었다.

속절없다, 하염없다, 하릴없다. 여하튼 무언가 없다, 하는 그 표현을 좋아한다. 거기엔 정말 어쩔 수 없어하는 안타까움과 나약함이 그려지니까.


친구 ‘장’은 이제 주변에 얼마 남지 않은 현역 ‘예술인’ 친구다. 작가 지망생으로 지내던 몇 년간, 여전히 창작을 하는, 예술인의 길을 걸어가는 친구들이 대단하고도 부러웠는데, 그중 하나가 틀림없이 ‘장’이었다. 2019년 첫 책을 내고는 ‘장’에게, 이제는 나도 창작을 하고 싶다고, 앞으로 오래오래 같이 하자는 말을 건넸던가.


‘장’은 십 대 후반 PC통신 음악 동호회에서 처음 만나서는, 스물이 넘어 방위산업체로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그 덕에 ‘장’과 함께한 추억이 적지 않다. 몸은 다 컸지만 여전히 사회에 내던져지기엔 어리숙하고 어리바리했던 시절. ‘장’도 나도 그 어설픔에 어쩔 줄 몰라 하던 시간을 서로 지켜보았다.


‘장’이 내게 건넨 이야기 중 유독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어느 날 ‘장’과 통화를 하다가 ‘장’의 어머니 안부를 물은 적이 있는데, ‘장’은 “내 주변에 울 엄마 안부 묻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라는 말을 해준 것이다.

별 것 아닌 부모님 안부인사가 누군가에겐 특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장’의 그 멘트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한때 ‘장’의 어머님 안부를 물은 사람이 나뿐이었던 것처럼, 이제 내게 좋은 곡이라며 음악을 추천해주는 사람은 ‘장’밖에 남아있지 않다.


속절없다는 글의 뜻을 아십니까. 가끔은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이 속절없이 느껴진다. 어릴 때는 정말 느리게 가던 시간이 나이가 들어서는 왜 이리 빠르게만 흐르는 걸까. 조금은 천천히 흘러도 좋을 텐데.


신지훈은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두 번째 시즌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음악을 하기 전에는 피겨 스케이터 선수로 활동을 하기도 했단다. 지금은 스스로 곡을 쓰고 노랫말을 짓고 편곡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되었다. <시가 될 이야기> 역시 신지훈의 자작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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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썼던 글 쓱쓱 수정해서 음악 에세이에 넣을 거라능. 계약서상의 마감일은 아니지만 내 마음속에 정해놓은 음악 에세이 완고 넘기는 마감일을 내일 9월 말로 정해두었는데, 방금 대표님에게 마감을 좀 늦추어 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동안 책 네 권 내면서 마감을 놓친 적이 없던 마감요정이었는데, 왜냐면 어째서냐하면 그동안엔 대부분의 원고를 다 써놓고 투고해서 책을 냈기 때문에... 이번에는 계약하고서 원고를 쓱쓱 쓰는 중인데 속도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마감요정 커리어에 흠집이 나는 중이라는... 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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