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두 가지 괴로움

by 이경



나한테 글 쓰면서 가장 괴로운 순간을 꼽으라면 문단과 문단 사이의 느슨함이 느껴질 때이다. 이 사이가 타이트하지 못하고 뭔가 갑자기 껑충 건너뛰는 느낌이 들면 어색함에 견딜 수가 없다.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서는 문장을 추가하거나 삭제하거나 순서를 바꾸거나 조사를 바꾸거나 접속사를 넣어보거나 뭐 이런저런 방법들이 있는데 그렇게 하고 나면 도미노처럼 앞뒤 전체를 또 갈아엎어야 한다. 그러니 괴로웁다. 이 도미노 현상이 나를 힘들게 해요.


가끔 나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술술술술 써지는 글이면 이런 서터레스가 없는데 쓰다가 좀 막히고 문단 사이가 멀고 그러면 고치는 시간이 많아져서 괴로운 것이다. 한마디로 머릿속에 정리가 안 된 이야기를 글로 쓰다 보면 괴로웁다 이겁니다.


하지만 이런 괴로움과는 달리 나는 또 관심종자이다 보니까, 한동안 새로운 글을 올리지 않아, 그래서 좋아여랑 댓글을 받지 못하여 발생하는 괴로움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글을 둘러싼 두 가지 괴로움이라면 창작의 괴로움과 관심 부재의 괴로움이 있달까.


얼마 전 브런치에 보름 정도 새 글을 올리지 않았더니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괴로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대충 그냥 뚱땅뚱땅, 어쩐지 브런치에는 국어 선생님들이 많은 거 같아서, '브런치에는 국어 선생님이 많다.' 하는 글을 하나 쓰윽 써봤는데 문단 사이가 너무 먼 거지... 몇 번이고 읽어봐도 글이 너무 개똥망같고 정리도 안되고, 아아 이 글은 글렀구나 싶었지만 또 관심은 받아야 하니까, 나라고 언제나 정리되고 정돈된 글을 쓸 수 있나, 가끔은 이런 개똥망같은 글도 올리는 것이지, 하고 업로드했는데 다른 글보다 좋아여가 훨씬 많이 눌리고 있다... 후우.


글이란 무엇일까... 고심하고 고민하고 퇴고하고 지지고 볶은 글보다 스스로 개똥망이라고 생각했던 글이 평소보다 더 많은 좋아여를 받는 걸 보며... 아, 역시 나는 기본기가 탄탄한 녀석이군 싶습니다, 네네. 아님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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