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진짜 개같이 추우니까능 전기장판 뜨끈하게 데워놓고는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단카집이나 읽으면서 귤 까먹다가 꽥! 하고 뒈져버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몰라, 저속하게 말할 거야.
진짜 개같이 추운 날이다. 이렇게 날씨를 개에 빗대어 아 개춥네, 개같이 춥네, 개좆같이 춥네, 말하면 개를 사랑하는 누군가, 어머어머, 이 사람 작가라는 사람이 말하는 꼬락서니 봐, 전국의 애견인들에게 사과하세욧! 하는 사람 있을랑가 몰라도, 몰라몰라 개같이 추운 걸 뭐 어쩌라고.
옛날에는 <개 같은 날의 오후> 같은 제목의 영화도 있었고, 지상렬은 브라운관을 통해 "개 같다 이거예요." 말하기도 했으며, 윤미래는 타이거JK가 피쳐링한 <개같애>에서 "오빤 개 같애"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마이클 잭슨과 폴 매카트니가 함께한 <The Girl Is Mine>에서 한 여자를 두고서 "The Doggone Girl Is Mine" 노래하는 후렴구는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감미롭고 아름답다, 오오 비유티풀. 개 같은 게 뭐 어때서. 나는 맛있는 거 먹을 때 개맛있어, 하고 말할 거야. 몰라몰라.
회사 사무실 바로 옆에는 학원 하나가 있는데, 학원 원장이라는 사람이 항상 개를 데리고 온다. 회사가 있는 건물에서는 댕댕이의 입장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댕댕이뿐만 아니라 고양이, 호랑이, 사자, 기린, 고릴라, 원숭이, 개미핥기 암튼 다 안돼.
근데 뭐 얼마나 개를 사랑하면 개금지 건물에 개를 데려오나, 그래 뭐 그러려니 사람들도 별말 없이 있는데, 문제는 그 개가 수시로 짖어대는 것이다. 평소에는 그런 개소리가 들려와도 아이고, 개가 짖는구나, 개소리가 들리는구나 괜찮다가도 머릿속이 무척이나 꼬여 복잡할 때, 가령 원고를 고쳐야 할 때, 눈깔이 빠져버릴 정도로 모니터에 집중하고, 머릿속으로 아 아 이문장을 저렇게 바꿔볼까, 저 문장은 이렇게 바꿔볼까, 싶을 바로 그때쯤에 개가 멍멍멍, 멍멍멍, 멍멍러멍멍 멍멍멍 바우와우 왈왈 짖어버리면, 인터넷에 떠도는 밈처럼,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서 마음속으로 싯팔저팔 하고 싶어 진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착한 어린이 상을 받은 나도 인내심의 한계에 부딪혀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의 소리를 밖으로 내뱉으면, 그러니까 실제로 학원 앞에 가서, 싯팔저팔 거 좀 개 짖는 소리 안 나게 해라아아아아! 꽥! 해버리면, 역시나 저저, 저 새끼는 작가라는 인간이 저렇게 상스러운 말을 해대고, 뭐 그런 소리를 들을까 봐서, 역시나 그저 마음속으로만 싯팔저팔 할 뿐, 하여간에 요즘에는 PC니 혐오니 뭐니 해서 사람이 글 좀 쓸라고 해도 눈치를 너무 보게 만들어 아주 화딱지가 나 미칠 지경이다. 미쳐미쳐 개미쳐.
그나저나 브런치 공모전 발표가 일주일 남은 상태에서 오늘까지도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다. 우울하다. 물을 먹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날은 개같이 춥고, 전화는 울리지 않고, 물은 자꾸만 먹고, 이러니 역시 꽥! 하고 뒈져버리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물론 꽥! 하는 짧은 음절 안에는 무척이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것이다.
가령,
꽥! - 꾸에에엑, 책을 네 종이나 냈는데 왜 이렇게 안 팔리고 나는 계속해서 무명의 길을 걸어가는가아아.
꽥! - 꾸에에엑, 삶은 빡빡한데 대출이자는 왜 자꾸 오르는가아아아아아.
꽥! - 꾸에에엑, 브런치 공모전에서 50 작품이나 뽑는데, 왜 나는 뽑히질 못하는가아아아아.
꽥! - 관자놀이 근처에 생긴 피부트러블은 왜 낫지를 않는가아아아아.
꽥! - 오늘 추워추워 너무 추워.
등등 많고 많은 사연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아, 개춥고 개우울해. 몰라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