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며 페북이며 인스타며 여기저기 이곳저곳에 글을 쓰면서 독자나 구독자를 알아간다. 얼마 전 브런치에 나타난 구독자 한 분과는 분위기가 좋았다. 내가 올리는 글마다 좋아요를 눌러주시고 살갑게 댓글도 달아주신다. 유모어 코드도 얼추 맞는 듯하고, 브런치 글에 그치지 않고 왠지 책도 좀 사서 읽어주실 것 같다. 좋아좋아, 분위기 좋아. 굿굿 베리굿. 그렇습니다, 아무렴 저의 진면목은 브런치 잡문이 아니라 책에 있지요. 이 좋은 분위기 그대로 이어가 저의 책을 사서 읽어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겠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서 지내왔는데, 요 며칠 소식이 뜸하시길래 보았더니 나에 대한 구독을 푸셨다. 아아, 왜죠. 우리 분위기 좋았잖아요. 저에게 살갑게 댓글 달아주셨었잖아요.
알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라지만, 가끔 분위기 좋았던 독자의 마음이 바뀔 때는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 생각하게 된다. 멍청한 전두엽을 이리저리 굴려봐도 이유를 모르겠다. 그러다 혹시, 맞구독. 그래, 맞구독을 하지 않아서 구독을 푸신 걸까, 싶어 진다.
나는 너의 글을 읽고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도 다는데, 너는 왜 나를 구독하지 않느냐! 하는 괘씸죄가 적용된 걸까. 맞구독만 하지 않았을 뿐 몰래몰래 가서 글을 읽고 나왔는데... 이렇게 또 구독자 한 분과 헤어지게 된다.
문득 영화 <헤어질 결심>에 나오는 서래의 대사가 떠오른다.
한국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하냐고 묻던.
브런치에서는 맞구독을 하지 않았다고 구독하기를 중단합니까... 하고서 묻고 싶어 진다.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