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는 대개가 관심종자로 생겨먹은지라 일단 책을 내면 좋다. 에고 서치를 통해 자신이 쓴 책의 서평 혹은 독후감을 읽을 수 있으니까. 그동안 인터넷에서 받아왔던 댓글과는 차원이 다른, 정성 가득한 서평을 읽고 있노라면, 으으으으, 관심받고 있다, 어흑, 좋아좋아, 너무 좋아, 하는 생각에 삶의 질이 한층 올라가는 것이다.
나 역시 네이버며 다음이며 구글이며 인터넷 창을 열어가지고는 필명과 책제목을 연달아 두드려 독자의 글을 찾아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관종의 삶이란, 글쟁이의 삶이란 무릇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찾아본 서평에서는 아, 이 사람 내 글의 의도를 무척이나 잘 알아주었다, 싶은 글도 있고, 조금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글도 있다.
그러면서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한다. 책을 꼼꼼하게 읽어 좋은 책은 널리 알리고, 나쁜 책은 왜 나쁜지 조목조목 따져 짚는 게 좋은 서평이 아니겠는가, 싶다. 이왕이면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을 부각시키는 게 좋겠지만, 정말 엉망진창의 나쁜 책이라면 다시는 서점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조져버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
어쨌든 서평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그 서평을 읽는 이들의 반응이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올라오는 서평을 보고 있노라면, 서평과 그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서평가는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켜 "저 달이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여러분. 저 달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 달을 한번 보십시오!" 외친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빛나는 달은 보지 아니하고, "아이고 손가락이 아주 고우시네요, 비유티풀 핑거, 섬섬옥수야 아주. 곱다 고와, 손가락이 어쩜 그렇게 고와?" 하면서 서평가의 필력을 칭찬하고 마는 것이다.
책의 주인인 관심종자 글쟁이는 이내 슬퍼진다. 자신이 받을 수 있었던 관심을 서평가에게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어 댓글창을 보며 따져 묻고 싶어 지는 것이다. 아니 여러분들, 지금 저분이 자신의 필력 자랑을 하는 게 아니라 저의 책을 소개하고 있지 않습니까,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봐달라고 얘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묻고 싶지만 어느새 서평가는 댓글러들과 함께 헤헤헤, 제 손가락이 좀 곱기는 하지요, 하면서 역시 책과는 전연 상관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책이라는 게 이렇게나 팔기 어려운 물건입니다 여러분, 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