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출근길 몇 년째 지하철역에서 "안녕하세요, oo님 믿고 구원받으세요."라는 말을 건네는 아주머니를 본다. 어딘가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또 어딘가 조금 아파 보이는 그런 분이신데, 재미난 건 이분이 다른 사람들한테는 항상 이 멘트를 날리시는데 진짜진짜 이상하게 나한테는 쌩까시는.. 아니아니 아무 말도 안 하시고 못 본 척하신다는 거다.
헤헤, 나한테도 말 걸어주라. 하는 느낌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면 몸을 180도 휙 돌려서 다른 분에게만 믿음을 설파한다거나 고개를 푹 숙이거나 하는 식이다. 아니, 저도 구원을 좀 받고 싶다 이겁니다... 나는 구원받으면 안 되나 뭐... 아님 내 얼굴에 사탄이라도 들려 보이나... 에잇!
다음에 나올 음악 에세이에는 이분에 대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적어두었... 몰라몰라. 출간 전 두 달, 출간 후 열 달. 12개월 동안 책 홍보할 예정이다 이겁니다. 네네.
2. 참고로 <난생처음 내 책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의 원고를 투고할 때, 원고의 가제는 '구원의 천사를 찾아서'였다.
당시 읽고 있던 원로 작가, 선비 작가 강준희 선생의 <선비를 찾아서>라는 책을 보다가 대충 그냥 생각 없이 붙인 가제였다. 계약 미팅 때 들은 이야기인데, 담당 편집자님 왈, 투고 메일 검토하시다가 제목만 보고 휴지통으로 보낼까 생각하셨다고... 가제라고 해도 제목이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네네...
3. 내가 원고 가제로 쓴 '구원의 천사'는 편집자를 가리키는 표현이었는데에에에에에(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에 등장하는 표현) 담당 편집자를 몇몇 만났지만 내 삶이 구원받고 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다. 책이 좀 많이 팔리면 구원받는 느낌이 확 들지도...
4. 알라딘에서 신간을 보는데 '기욤 시베르텡-블랑'이라는 사람의 책이 나왔다. 불란서 사람인가? 이름이 뭔가 욕 같고 좋네. 발음이 무척이나 찰진 느낌.
기욤 시베르탱... 나도 이름 바꿀까... 이경 시베르탱... 이경이라는 글쟁이들이 너무 많아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당.
5. 음악 에세이 표지 의뢰 들어가면서, 출판사 대표님이 디자이너님에게 일러든 명화든 사진이든 가장 어울리는 걸로 찾아달라는 오다를 내리셨다고... 이거 왠지, 내가 이 책에는 제작비를 아끼지 않겠다, 하는 박력 넘치는 오다 같아서 가슴이 막 두근두근한다.
지금까지 4종의 책을 내면서.. 내 생각엔 <난생처음 내 책>의 표지값이 가장 많이 들지 않았을까 싶은데... 도이칠란드의 현대미술가 퀸트 부흐홀츠의 그림을 썼다. 나름 바다 건너 물 건너온 그림 아니겠습니까. 김영민 교수의 책이나, 심보선 시인의 책 표지에도 쓰인 작가의 그림인데, 생각보다 책이 막 엄청 잘 팔리진 않는 것 같다.
시베르텡.. 이름 바꿀까...
6. 인서타에서는 주접을 떨며 책홍보를 열심히 하는데 페북에서는 좀 덜하게 된다. 새해가 됐고 하니까 올해는 페북에서도 주접을 떨며 책홍보를 좀 해볼까 싶다.
음악 에세이 만들고 있는 출판사 대표님이 처음에 나한테 말 걸어온 것도, 인서타에서 하도 주접을 떨며 책홍보를 하니까능, 이 생키가 대체 뭐 하는 생키인지 궁금해서 말을 거셨다고...
작가 지망생 여러분들, 주접력이 높으면 이렇게 출판사 컨택도 오고 그렇습니다, 네네.
7. 여하튼 에세이라는 게 보통 3~40대 여성 독자분들이 주 구매층인 것만큼 음악 에세이가 나오면 역시 3~40대 여성 분들의 힘을 믿고 나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30대라고 하면 이미 나보다는 모두 동생이 되는 것이고, 내 아무리 구원받지 못하는 시궁창의 삶을 살더라도 동생들에게까지 책 사달라도 조르진 않을 테다. 이러니 역시 믿을 것은 40대. 40대라고 하면 높은 확률로 저한테는 누나뻘이 되시는 거니까능, 아, 내가 이경에게 누나가 되는구나, 생각되는 분들이 계시면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구원을 받지 못하는 저를 어여삐 가엾이 여기셔서 알아서들 책을 좀 사달라는... 네네... 다섯 번째 책인데 저도 인지도를 좀 쌓고... 글쓰기 강연도 좀 하고... 그래야지 않겠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