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날과 들국화의 <오후만 있던 일요일>을 번갈아 들으며 쓰는 아무말.
2. <오후만 있던 일요일>은 참 좋아하면서도 너무 우울하달까. 사람 힘을 쭉쭉 빠지게 만드는 곡이라서 잘 안 듣게 되는 곡인데, 두 가지 버전을 번갈아 들으며 아무 말하고 있는 이유는.
3. 오늘은 실제로 '오후만 있던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늦잠이 이어지며 12시가 넘어 깨어났다.
결국 아침에 먹으라는 약을 점심에 먹었다.
4. 약을 먹을 때면, 조선시대 사람들 평균 수명이 3~40 정도였다는 게 이해가 가기도 한다. 아침저녁으로 먹고 있는 몇 가지 약 중에 하나라도 끊는다고 생각하면.
5. 살면서 깨우친 유일한 진리는 '삶은 제밥그릇 챙기기' 싸움이라는 것.
6. 온라인으로 작가지망생, 작가, 서점인, 출판인, 번역가, 서평가, 디자이너 등등 글이나 책과 관련된 이런저런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보면 어떠한 사안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전혀 다른 생각을 할 때도 있어서 재밌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기중심으로, 자기 밥그릇을 챙기면서 말한다. 그래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하고, 서로 편을 먹었다가 또 배신을 하기도 하고오오.
7. 며칠 전 알라딘 신간 중에 '기욤 시베르텡 블랑'이라는 사람의 책이 나왔다고, 나도 이름을 '이경 시베르텡'으로 바꿀까 하고서 (확실한) 농담의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후로 나를 '이 시베르텡 경'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다섯이나 생겼다...
8. 토요일에는 제프 벡이 죽었다고 해서, 그의 연주곡 하나를 들었고, 리사 마리 프레슬리가 죽었다고 해서 마이클 잭슨의 <유 아 낫 얼론>을 한번 들었다.
중학생 때, 그때는 아마 채널 V를 통해서 보았을 텐데, <유 아 낫 얼론>의 뮤비를 보면서 마이클 잭슨도 리사도 모두 근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9. 페북 친구가 300이 되었다. 이중에 몇몇이나 내가 쓴 글을 읽어주려나. 대부분은 유령 계정인 거 같기도 하고.
10. 바쁘고 바쁜 현대사회에서 글을 쓰고 책을 내는 행위만큼 비효율적인 일이 있을까 싶다. 몇 달 이상 힘들여 글을 쓰고 두어 달의 편집 과정을 거쳐 책을 내도 이제 서점 매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간은 한 달 여 정도. 물론 책이 잘 팔려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스테디셀러가 되면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많은 단권 작가들이 단권에 그치는 이유 중 하나가 그 허탈감을 맛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내가 들인 공에 비해 시장의 평가는 혹독하기 그지없으므로.
출간 한 달쯤 후에 느낄 수 있는 공허함이 마치 <오후만 있던 일요일>을 들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기도 하고...
다음에 나올 책은 좀 잘 팔고 싶다.
공허해지고 싶지 않아.
11. 어제는 샘 스미스의 <아임 낫 디 온니 원> 최근 라이브 영상을 보았다.
<아임 낫 디 온니 원>은 빌보드 1위를 못 찍은 게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곡이다. 데뷔 초기 가다마이 차려입고 심각한 표정으로 노래 부르던 샘 스미스도 멋있었는데.
어제 본 샘 스미스는 같은 곡을 부르면서도 방긋방긋 웃으며, 드래그 퀸을 분하고 있었다. 좋아 보여. 샘 스미스 되게 행복해 보이더라. 그래도 가끔은 심각한 표정으로 좀 노래 불러주라.
12. 자야지 이제. 잠들기 전에 먹는 약도 먹었겠다, 자야지 이제. 어째 삶이 눈 뜨면 약으로 시작해서 잠들기 전까지 약으로 마무리한다.
13. 너무 우울한 상태로 잠들 순 없으니 뉴진스의 <디로>를 한번 듣고서 잠들 테다...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