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Nas)의 <Memory Lane>을 들으며 쓰고 있다, 월월. 뭔가 잊힌 기억을 소환할 때 들으면 좋은 곡이다, 월월.
음악 에세이의 제목을 정하기 위해 출판사에 던진 수십수백 투척물 중 하나가 <메모리 레인>이었음을 고백한다. 헤헷.
여하튼 오늘 오후에는 출판사에 에필로그를 써서 보냈다. 저자마다, 책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순서대로 프롤로그 쓰고 본문 쓰고 에필로그 쓸 테고, 조금 변태 성향의 사람이라면 에필로그를 먼저 써놓는 경우도 있을 테다. (있을까?)
음악 에세이의 경우 본문을 먼저 조진 후에 며칠 전 프롤로그를 써서 보냈고, 오늘 마무리로 에필로그를 적어 보냈다. 또 고백하자면, 마스다 미리가 픽션과 논픽션을 헷갈려하듯, 어릴 때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헷갈려했다. 뭐가 시작이고 뭐가 마무리야 싶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아아아, 월월.
지금도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는 머릿속에서 한번 생각하고 내뱉는다. ㅋㅋ 여러분, 저 같은 이런 똥몽충이도 글을 쓰고오, 책을 내고오오..ㅋㅋ
여하튼 하여튼 아무튼 뼈튼튼 에필로그까지 마무리 지었으니 이 책에서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다했다, 시마이시마이 샤따 내린다, 나의 지면은 이제 없다, 이제 디자이너와 편집자님에게 모든 걸 맡기겠다아아, 하는 마음으로 있었더니 저녁에 출판사 대표님에게 연락오기를, 책날개에 들어가 '저자 소개' 써서 보내라고... 아하하하하하.
책이라는 건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입니다. 책날개에 무얼 적어야 하나. 렛미인트로듀스마이셀프는 초딩 때나 마흔 때나 어렵기 매한가지. 구구절절 길게 쓰고 싶지 않음을 밝혔더니 출판사 대표님이 그래도 좋다고 해주셔서 또 마음이 편하다.
책을 내면 좋은 점 중 하나는, 가끔은 책이 내 소개를 대신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책은 보기 좋게 저자를 포장해주기도 하고.
지금까지 네 종의 책을 내면서 책날개에 공통으로 들어간 문장이 있다.
'필명 이경은 아내가 불러주는 이름이다' 하는 문장인데, 제가 이렇게나 로맨티시스트다 이겁니다, 헤헷. 아님 말고, 월월.
다섯 번째 책이 되니 이제 아내 말고도 날 가리켜 '이경'이라고 불러주는 사람들이 조금 생겼다. 처음엔 아내가 아닌 누군가 나를 필명으로 불러주면 그게 그렇게 어색해서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었는데, 이제야 이 빌어먹을 이름이 조금 내 이름 같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