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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Jan 26. 2023

잘난 척을 위하여


•박소은의 <너는 나의 문학>을 들으며 쓴다.


글쓰기의 목적은 여럿이 있겠으나 무엇보다 잘난 척에 있지 아니한가. 내 머릿속 생각을 글로 씀으로써 상대방에게 잘난 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이다. 야야, 지금 내 전두엽 안에 이런 이야기들이 있다, 내 생각을 글로 보여줄 테니 빨리 감동을 느끼든 동감을 표하든 조아여를 누르든 해달라는 거야, 하는 것이다.


그 잘난 척의 궁극이 바로 출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요즘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책을 내려하고, 여차 저차 어기여차 해도 책출간이 여의치 아니한다 싶으면 결국 자비를 무자비하게 사용해 가며 출간에 이르는 것이다.


나도 빨리 다음 책 출간해서 막 1년 만에 신간을 들고 잘난 척하고 싶은데, 교정도 다 봤고, 제목도 정했고, 추천사도 받았는데 표지에서 막혔다... 아아, 표지...


추천사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추천사 써주신 분이 글을 읽으시곤 '애틋한 정서'라는 표현을 해주셨다. 헤헷, SNS에서는 이렇게 주접을 떠는 나라고 해도 책에선 제법 애틋해영? 헤헷.


주변에서 책 내신 분들 막 글쓰기 클래스를 열며 하나둘 잘난 척들을 하고 계신데, 너무 막 부럽고 배 아프다. 하지만 나는 책을 4종이나 내놓고도 얼굴이 못생겨 글쓰기 클래스를 열 수 없다. 요즘 올리브영에서 면상 트러블레스 크림을 사서 안티에이징을 하고 있으니, 안티에이징이 성공하는 그 어느 날에는 나도 막 글쓰기 클래스를 열어가지고는...


여하튼 하여튼 아무튼 뼈튼튼 글을 써서 막 잘난 척을 해야 하는데, 당장 출간까지 여의치 않을 때에는, 나는 알고 있지만 남은 잘 틀리는 걸 들먹여 잘난 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잘 틀리지만 나는 잘 알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몇몇 맞춤법이 그러하다. 글쓰기 10년 20년 한 사람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을 숙지하고 있으면 꼭 책을 내지 않더라고, 상대방의 글을 지적질해 가며 잘난 척에 이를 수 있다.


에, 대표적으로 몇 가지만 이야기해 보자면.


1. 께를 버리고 게를 사용하기가 있겠다.


가령 짝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소고기 사준다며 꼬실 때에도 "오늘 내가 소고기 사줄께." 하면 비싼 소고기 사주고도 치명적으로 없어 보일 수가 있는 것이다. '에게'의 높임말이 아닌 이상은 그냥 다 '게'로 쓰면 되겠다.


소고기 사줄게, 장어 사줄게, 김밥 사줄게, 내 모든 사랑을 너에게 줄게. 네가 보고 싶을 땐 편지를 쓸게. 내 마음을 보여줄게. 가르쳐줄게. 알려줄게. 좋아할게, 사랑할게 등등.


글을 오래 써온 몇몇 분들 중에서 발음과 표기를 동일시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분들이 계신 것인지, 많은 분들이 이 '께'의 잘못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께를 게로 쓰는 순간, 잘난 척 쌉가능임에도 불구하고...


2. 예요 - 이에요 - 아니에요.


이 역시 글을 오래 써왔음에도 많은 분들이 틀리게 써오는 걸 봐왔다. 누구 하나 특정해서 쓰는 글이 아니기 때무네, 혹여나 그간 틀리게 써오신 분들이 있다손 하더라도 이경 저저 시부럴 생키가 지금 내 글의 맞춤법을 무시하고 있다아아, 노여워하지 마시고들 이참에 같이 숙지하여 앞으로는 같이 잘난 척을 해보는 것이 어떠실까요, 네네. 실제 출간 작가들도 많이 틀리는데 예요, 이에요의 구분은 알아서들 찾아보시고, '아니에요'는 이참에 기억해 두시면 편합니다. 네네.


아니예요가 아니에요. 네네.


3. 의존명사 알아두기.

나라는 인간, 무식하기가 남들에게 절대 뒤지지 않아 살면서 잘난 척을 할 일이 많지 않다. 맞춤법이야 책 4종 내고 혼자 글공부 슬슬 해가면서 얼추 알아가는 것인데, 특수성이 워낙에 많은 띄어쓰기는 애당초 포기하고서는 편집자를 믿고 간달까.


아아, 내가 조금 더 똑똑해서 띄어쓰기 마저 마스터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잘난 척을 포기할 순 없는 법. 이런저런 잡다한 띄어쓰기는 모두 때려치우더라도 (사실 띄어쓰기 틀려도 편집자가 아닌 이상 잘 모름...) 딱 하나 '의존 명사'는 알아두면 좋다.


비코즈, 왜냐면, 어째서냐 하면 책을 여럿 낸 출간 작가들도 이 의존명사 앞에서 단어를 떼야할지 붙여야 할지 헷갈려하기 때문이다. 정말 직업적으로 사전을 찾아가며 글을 쓰는 사람들(방송 작가라든가...)이 아닌 이상은 대부분 의존명사 띄어쓰기에서 오류를 보인다.


그러니 아, 나는 글로써 잘난 척을 해 보이고 싶다, 남의 글을 지적해 가며 나를 높이고 싶다아아아, 하는 분들이 있다면 열심히 의존명사 띄어쓰기를 공부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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