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쓰는 글과 책을 목표로 삼는 원고를 쓸 때의 가장 큰 차이라면 느낌표의 사용 유무가 아닐까 싶다.
온라인에서야 느낌표든, 말줄임표든 이런저런 부호들을 남발하곤 하는데 책을 목표로 하는 원고에서는 평정심을 가지고 글을 쓰다 보니 느낌표를 쓸 일이 많이 없다. (책을 쓰는 데에 가장 어려운 일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온라인에서 나를 접했던 몇몇 분들은, 이경 저저 한 없이 가벼운 생키... 하다가 막상 책을 보고는, 어... 너 이 생키 왜 가볍지 않은 거지... 하고서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아님 말겅!
2020년에 나온 책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마음산책 출판사에서 나온 글항아리 출판사의 이은혜 편집장이 쓴 <읽는 직업>이었다. 책의 내용도 좋았지만, 200페이지가 넘는 책에서 느낌표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이은혜 편집장님이 굉장히 진지한 분이라는 생각은 해왔지마는, 200페이지가 넘는 책에서 단 한 번도 느낌표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기 때문에.
헤밍웨이가 쓴 소설 <노인과 바다>에는 느낌표가 딱 한 번 나온다고 했던가. 또 허먼 멜빌이 쓴 소설 <모비 딕>에서는 1683개의 느낌표가 나온다고. 둘 다 수산물 해양 소설이긴 매한가지인데 느낌표의 사용량이 이렇게나 차이 나다니, 하는 생각과 함께 나는 아마 평생 <모비 딕>을 읽을 일은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말하자면 나는 늘 느낌표가 없는 글을, 책을 쓰고 싶었던 것 같다. 다섯 번째 책인 음악 에세이를 작업하면서 내가 이 원고에서 느낌표를 한 번도 달지 않았구나 하는 걸 알았다. 편집 과정을 거치며 편집자는 서너 개 문장의 마침표를 느낌표로 바꾸었고 나는 며칠이 지나 그 느낌표들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다섯 번째 책이 되어서야 그렇게 느낌표가 없는 책을 쓰게 되었다.
그냥 그렇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