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 서점에서 신간을 체크하다가 '시베르텡'이라는 아마도 불란서 작가의 이름을 보고서는 왠지 어감도 그렇고 이름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이경이라는 동명을 가진 이가 너무나 많기도 해서, 시베르텡을 넣어 이름을 바꿔볼까 어쩔까 하는 순도 98% 짜리 농을 쳤더니, 몇몇 분들이 그 후로 날 가리켜 '이 시베르텡 경'이라고 부른다.
이 사람들이...
음... 진짜 바꿀깡... 헤헷.
나중에 웹소설을 쓰게 된다면 필명을 '이-시베르텡-경'으로 할까 싶기도 하다. 헤헷.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 시베르텡 경(Lee-Sibertin-Kyung)입니다... 헤헷 불란서는 신혼여행으로 한 번 가보았어영, 헤헷. 생애 첫 구라파 여행이었지요. 봉슈, 꼬마딸레부, 아베쎄데, 떼제베, 띠에리앙리, 헤헷.
근데 정말 '이경'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네이버에 이경을 치면 정치인도 나와 가수도 나와 모델도 나와 화가도 나와 영화감독도 나와... 여하튼 많다.
얼마 전 책 하나씩 낸 사람들을 대상으로 줌을 켜서는 좀 떠들어댔던 일이 있었는데, 그중 한 분께서 네이버 프로필 등록 꼭 하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냥 자기가 등록하면 되는 거라고. 엄청 쉽다고. 딴에는 나름 나를 생각해서, 책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하에 이야기해 준 것이겠지만, 결코 그러고 싶지 않다. 네이버에 이...경...을 쳤을 때 내 얼굴이 나온다고 생각하면, 그거 너무 징그러울 것 같아...
나한테 네이버 프로필 등록하라고 말씀하신 분은 자기 계발서를 쓰신 분이었는데, 확실히 자기 계발서를 쓰는 사람들의 생각은 (좋고 나쁘고는 차치하고) 뭔가 좀 다른 것 같아... 선생님 죄송하지만 저는 책 표지에 저자 얼굴만 크게 나와도 읽기가 싫어지는 사람이에요...
어릴 때는 뭔가 유명세를 치르며 만인이 알아보는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것에 욕심이 없다. 일단 네이버 프로필에 등록하기엔 얼굴이 너무 못생겼고... 누군가 길에서 내 얼굴을 알아보고서, 아니 당신은 이시베르텡경, 한다면 너무나 무서울 것 같아.
예전에 라디오스타에서 배우 류승수가 나와서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요즘 나의 소원이 그러하다. 네이버에 이경을 치면 내 얼굴은 안 나와도 책은 오지고 지리게 많이 팔려서 슈퍼스타가 되었으면 좋겠어... 헤헷. 이경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얼굴은 몰라도 sns에서 주접떨며 글 쓰는 글쟁이 이경이라고 알아주면 좋겠당. 그리하여 정치인 이경 제끼고, 가수 이경 제끼고, 이런 이경 제끼고 저런 이경 제끼고, 넘버원 이경이 되고 싶다...
이경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가 너무 많으니까 요즘에는 네이버에 '이경 작가'로 검색을 해본다. POD로 책을 내신 보험 설계사 분이 가장 먼저 뜬다. 사람이 성공하려면 이렇게 부지런을 떨고 자기를 널리 알리고 해야 하는 걸까.
다행히 프로필 아래로는 내 책 이야기가 제일 많이 나오는 거 같다. 네이버에 '이경'을 치면 나는 안 나와도, 내 책은 많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