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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Feb 03. 2023

망상을 하며



요즘 들어 자꾸만 타이핑을 하게 된다. 글을 좀 몰아 쓰는 편인데 그런 시기가 온 것이다. 전두엽에서 너는 지금 글을 쓰고 싶어 한다, 어서 글을 써라, 개똥망 같은 글이라도 좋으니 어서 쓰라고! 명령하는데 현실에서는 일도 해야 하고 하니까 머리가 아프다. MBTI INFP들이 그렇다며요. 일이 너무 많으면 아무것도 안 하고 때려치운다고... 요즘 그런 지경이다... 일이 너무 많으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치열하게 가만히 있고 싶다... 그런 와중에도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일을 땡땡이치며 이렇게 타이핑을 하고있다아. 내가 글쓰기를 이렇게나 사랑한다...


회사를 다니지 않고 전업으로 글을 쓰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처자와 빚만 없다면 할 수 있을 텐데. 사실 요즘 사람들 돈 버는 거 다 빚 갚으려고 하는 거 아닌가. 카드빚이며 대출빚이며 다들 그렇게 빚의 노예가 되어, 그렇지 않습니까아아... 사용하고 있는 핸드폰도 따지고 보면 24개월 할부 빚이고, 전기료도 오른다 그러고, 난방비도 오른다 그러고, 올려라 올려 이 생키들아 마음껏 한번 올려봐라 하면서 내 혈압도 오르고오, 심부담도 늘어나고오오...


답답한 마음에 오늘은 문득 성경의 창세기 첫 페이지를 읽어보았다. (저는 무신론자입니다만...) 흑암으로 가득한 지구에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 하니까 빛이 두둥 생기고... 나는 누군가 갑자기 "빚이 있으라!" 하게 된 거 같아... 이 빚들은 모두 어디에서 오게 된 걸까.


그래서 요즘은 부쩍 그런 망상을 한다. 내 글을 아주 사랑해 주는, 돈이 아주 많은 후원자를 만나는 상상. 내 글은 아무래도 누나들이 좋아해 주는 타입이니까능 (아님 말겅..) 한 7~80대의 할머니 후원자가 적당하겠다. 이경, 아이고 내 손주 같은 생키, 내 그동안 너의 글을 지켜보았다. 자네가 아무런 걱정 없이 글만 쓰며 살 수 있도록 후원을 해주도록 하지, 얼마야... 얼마가 필요해... 하시면서...


현실적으로 일을 때려치우고 글만 쓸 수 있는 방법은 로또 아니면 책이 터지는 건데... 로또는 답이 없고, 책은 더더욱 답이 없다... 아무래도 책으로 터질라믄 요즘 같은 시기엔 에세이는 영 글러먹은 것 같고, 소설.. 그래! 소설을 써야 해! 싶은데... 당장에 나올 책도 에세이고, 다음에 쓸 책도 에세이고 그렇다. 터지라는 로또랑 책은 안 터지고 내 속만 터지는 것이다아아...


아, 이제 일 좀 해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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