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생각이란 이렇게나 다르구나 하는 건 '책'이라는 단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가령 누군가 '책'이라고 하면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문학서를 떠올릴 테고, 또 누군가 '책'이라고 하면 당연하게도 실용서나 자기계발서를 떠올리기도 한다.
이거 약간 문과와 이과생들의 생각이 좀 다른 것과 비슷한 느낌일까.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눈이 녹으면 물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차이. 서로가 서로를 약간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나의 경우를 보더라도 어릴 때부터 책이라고 하면 당연하게도 문학서를 떠올렸다. 만화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을 보면, 책 읽기와 소설 읽기를 동일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내가 꼭 그랬으니까.
출판업계에 엄지발가락 정도 담그고 참방참방 물장구쳐보고 나서야 이것도 책이고 저것도 책이고 그래 서점에 있는 그 모든 것들이 책이지, 하는 생각을 한다. 뭐, 여전히 자기계발서를 읽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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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아침과 밤 사이로 <작가의 목소리>에 대한 리뷰가 두 건 올라왔는데 그 내용만 보면 악평과 호평이었다. 아아, 인생이란 병을 얻고 약을 얻는 희비희비의 시간을 보내는 것. 악평의 주된 내용을 보자면, 이경은 건방지고 시건방지며(얼마나 건방졌으면 중복표현으로까지...) 결과적으로 <작가의 목소리>는 기분이 별로였던 책이라는 거다. 아앜ㅋㅋㅋ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러분들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이경입니다...
나는 악플에 굉장히 취약한 인간이라, 아 이게 나에게 수치심을 안겨주는 글이구나 하는 느낌이 올 때부터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하여 뒷목이 저릿해져 온다. 이러니 훗날 어마무시한 개똥망 같은 글을 쓰고서는 악플 세례로 정신을 잃진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하고.
여하튼 주말 아침의 악평을 보고 있자니 여느 때와 같이 뒷목이 저릿해져 왔는데 내용을 다시 보니, 이게 정말 악평인가 싶기도 하다.
- 글쓰기와 관련되어 있고.
- 굉장히 궁금하고 실용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 나름대로 유쾌함과 본인의 개성을 드러내려는 문체.
- 하지만 건방져... 독자를 조롱하는 듯해...
- 그런 말투가 들리는 듯...
- 내용의 충실함을 작가의 개성이 덮어버린 듯해...
다시 읽어보니 이거 그냥 문체에 킹받았다는 거 아닌가. 책은 실용적이고 내용도 충실한데 작가의 개성이 과하다아아아아아앙. 엥? 이거 그냥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 칭찬 아닌가? 싶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책 제목이 <작가의 목소리>인데 말투가 들리는 듯하다고 해주니 이거이거 진짜 책 제목 그대로 읽어준 거 아닌가 싶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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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목소리>를 읽은 이들의 서평, 독후감, 리뷰 등등을 보면 정말 대부분이 문체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중의 절반 정도는 책에 나오는 문체를 흉내 내며 리뷰를 쓴다. 책에 나오는 문체를 따라한 리뷰를 연달아 보는 게 조금 재미난 경험이었다. 본연의 문체라기보다는 나름의 기믹이 개입한 문체이긴 하지만, 똑같은 글을 읽고서 재밌다고 받아들이는 사람과 기분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재밌다.
책은 다른 매체에 비해 관대함이 적용되는 편이라 어지간한 히트작이 아니고서야 악평을 받을 일이 많지 않다. 지금까지 <작가의 목소리>에 대해 악평을 늘어놓은 이들은 두어 명 정도가 있는데,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기계발서를 즐겨보는 이들이라는 거다. 자기계발서를 욕하는 건 아니고, 그냥 뭐, 그렇더라는 이야기.
여하튼 이경 이 생키는 글을 어떻게 썼길래 이렇게 문체 가지고 욕을 먹고 있는가... 궁금하신 분들은 <작가의 목소리>를 읽어달라는... 악평을 통해서도 기승전책광고를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한국인을 지켜봐 달라는...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