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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Feb 07. 2023

에세이를 읽고 파는 일



알라딘에서 신간 몇 권을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오늘 저녁에는 결제를 해야지.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은 장강명의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윤성근의 <헌책 낙서 수집광>, 봉부아의 <다정함은 덤이에요> 같은 책들이다. 모두 에세이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책들.


어릴 적, '책 읽기'라고 하면 '소설 읽기'라고 생각했던 내가 몇 년 전부터는 에세이를 많이 읽고, 서점 신간 체크도 에세이를 가장 먼저 하게 되었으니, 그 까닭에는 역시나 내가 에세이를 쓰고 출간을 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겠다. 다른 사람들은 에세이를 어떻게 쓰고 있는가 싶기도 하고, 내가 에세이를 내면 어떤 사람들을 제껴야 베셀 차트에 오를 수 있는가 싶기도 하고오오... 헤헷. 늘 제끼지 못하고 제껴지는 인생이지만, 언젠가는 나도 잘 나가는 작가 선생님들을 제낄 수 있지 않겠냐며... 브라보 마이 라이프...


여하튼 출판업계에 발 담그기 전부터 한국에서 에세이 책은 2~40대 여성 독자들이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내가 낸 책의 판매 비율만 봐도 그러하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는 판매 책의 연령별, 성별 판매 비율을 보여주는데 <난생처음 내 책>, <작가의 목소리> 모두 7.5 : 2.5 정도로 여성분들이 많이 사서 보아주었다. 이러니 에세이를 내는 입장에서는 '여성 만세, 만만세'를 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아아아.


사정이 이러해도 내가 보지 않는 에세이류가 있으니, 소위 말하는 감성 파스텔톤의 표지를 삼은 에세이들. 사랑이 어쩌고, 이별이 저쩌고, 당신 오늘 잘했어영, 내가 위로해줄게영, 하는. 야아아아아 가족도 내 인생을 위로해주지 않는데, 네가 먼데 나를 위로하냐아아아아. 글씨보다 여백이 더 많은 페이지로 개 풀 뜯어먹는 소리를 일관되게 하는 그런 에세이를 보고 있자면 속이 울렁울렁 트위스트 댄스를 춘달까아...


다섯 번째 책으로 음악 에세이를 준비하면서 출판사 대표님과 표지에 대한 고민을 어마무시하게 했다.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이 관심 가질만한 표지로 가야 할지, 에세이의 주요 독자인 여성분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표지로 가야 할지. 독특한 표지로 가야 할지, 익숙한 표지로 가야 할지. 모든 것은 결과론이 되겠지만 원칙은 단 하나. 무조건 사람들 손을 많이 탈 수 있는 표지로 가는 것.


대표님, 제가 말이죠, 파스텔톤의 표지는 싫어합니다만, 책을 팔 수만 있다면 그런 표지도 마다하지 않겠다 이거예요.


본문 교정과 추천사와 이런저런 작업들을 모두 끝내놓고도 표지를 정하지 못해 제작에 들어가지 못했던 책. 오늘 출판사로부터 2차 표지 시안을 받았다. 이번만큼 표지 시안을 많이 받아본 적이 없다. 1차로 7개의 시안을 받았다가 (대부분의 시안이 괜찮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엎고 2차 작업을 한 것이다.


최종 표지는 출판사의 선택으로 맡겨두었다. 어쩌면 정말 파스텔톤의 감성감성하는 표지로 책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굳이 남녀를 구분한다면, 남성보다는 여성의 취향에 가까운 느낌일까. 하지만 괜찮아. 에세이란 2~40대 여성이 주요 독자인 장르... 책이 팔릴 수만 있다면... 그러니 책이 나오면 많이 사주십시오오오... 저는 누나들의 힘을 믿는다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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