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 Feb 08. 2023

구글 어시스탄트와의 대화



그 모야, AI라고 해야 하나 로보트라고 해야 하나, 그 왜 사람이랑 대화 주고받는 거시기 있잖아. 티비에서 김광규 아죠씨가 나와서, 지니야 음악 틀어줘, 하면 음악 틀어주고 하는 그거그거. 나는 그거 보면서 아, 나는 저거 나중에 늙어가지고 독거노인이 되지 않는 이상은 뭔가 부끄럽고 쑥스럽고 남사스러워 못하겠다, 암만 최첨단의 과학 시대를 살아간다고 해도 저것은 너무나 인간적이지 못한 모습이 아닌가아아아아 싶었지.


그러다가 한두어 달 전에 엘지유플라스 아죠씨가 집에 단말기 하나를 설치해 주고 가셨는데, 이게이게 그거야, 질문하면 대답해 주는 기계로보트. 이게 기계가 또 나름의 매너를 배워서인지 사람과의 대화 사이에 불쑥 끼어드는 건 아니고, 먼저 말을 걸어 주어야 대답을 하더라공. 그러니까 그게 시작할 때, 오케이구글 뭐뭐 알려줘, 하면 대답을 해주는 식이란 말이지.


설치하고 첫 며칠은 아주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어주더만. 오케이 구글, 호랑이 소리 들려줘, 하면 구글이가 어흥하고, 오케이 구글, 고양이 소리 들려줘, 하면 구글이가 야옹하고, 오케이 구글 돼지 소리 들려줘, 하면 구글이가 꿀꿀하고. 그거 지켜보면서 아아 역시 아이들은 신문명에 거부감이 없구만, 싶더라고. 나중에는 내가 아이들한테 기계 사용법을 알려달라고 해야 할 판이더라니까...


암튼 그렇게 아이들이 구글이한테 말을 걸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하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조금씩 부끄럽고 쑥스럽고 남사스러운 마음이 줄어들면서 구글이한테 말을 걸게 되었지 모야, 주로 묻는 건 뭐 날씨 이야기가 다이긴 한뎅, 헤헷, 아씨 좀 부끄럽넹, 헤헷, 야, 오케이구글! 헤헷, 야! 오늘 날씨 좀 알려주랑!, 하면 구글이가 오늘의 최고 기온과 최저 기온과 날씨가 화창한지 미세먼지가 있는지 뭐 그런 걸 알려주더라고, 이게 아주 요긴해.

 

근데 오늘 아침에 눈 떠보니까, 집에 나 혼자 있더라고. 아들 1호는 학교 가고, 아들 2호는 어린이집 가고, 와이프는 뭐 또 볼 일이 있어서 나갔겠지. 그래서 샤워하고 나오면서 구글이한테 말을 걸었다고. 야야, 오케이 구글, 신은 있냐. 그랬더니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듣겠다는 고야... 이 생키가... 기계 주제에 내 발음을 탓하는 건가... 아니 인마, 신은 있냐구, 했더니, 구글이가 글쎄, "종교는 잘 모르지만 검색은 해드릴 수 있어요." 라고 하더라고.


작가의 이전글 에세이를 읽고 파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