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에 <난생처음 내 책> 편집자님한테 연락이 왔다. '난생처음' 시리즈의 신간이 곧 나온다는 이야기와 함께 신간이 나오면 시리즈 전체 책을 한 독립서점에 진열할 예정이라고. 시리즈로 책을 내면 이게 좀 좋다. 뭔가 다른 책에 같이 묻어갈 수도 있고, 출간 한참 후에도 이렇게 독자를 만날 기회가 생긴다.
'난생처음' 시리즈의 1번 타자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쓴 황보름 작가님의 <난생처음 킥복싱>이다. 묻어가기에 얼마나 좋은가. 실제로 <난생처음 내 책>의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할 때 메일을 보내며 보름 작가님의 책을 재밌게 읽었다는 이야기로 시작을 하기도 했다. 그런 인사말이 편집자님에게 호감을 이끌어냈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출간을 희망하는 작가 지망생들이 이런저런 글쓰기나 책 쓰기 클래스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보면서, 글 코치나 문우를 사귈 게 아니라, 차라리 편집자의 세계에 잠입해 보는 게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편집자들은 대체 뭘 먹고 뭘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요즘은 어떤 책을 기획하고, 누구의 뒷담화를 나누는지.
첫 책을 내기 전 출판사 편집자들의 머릿속이 몹시 궁금했다. 저 많은 편집자 중에서 단 한 사람에게만 내 글을 설득시킬 수 있다면. 트위터에 존재하는 출판사 대나무숲 계정을 팔로잉하고, 편집자도 아니면서 편집자들의 커뮤니티인 '북에디터'에 가입을 하고, 출판사 직원도 아니면서 네이버 카페 '꿈꾸는 책공장'에 올라오는 글들을 지켜보았다.
이 시기에 확실히 나는 편집자 오타쿠였다. 브런치나 인스타 등 SNS에서 활동하는 몇몇 출판 편집자들의 글을 보고, 출판 편집자들이 쓴 책을 보며 그렇게 조금씩 그들의 세계에 잠입했다. '난생처음 내 책'의 계약을 위해 담당 편집자님을 만났을 때, 편집자님은 "작가님은 거의 준편집자네요." 하는 얘기를 해주었다.
내 책을 만들어주는 사람은 글쓰기 코치나 동료 글친구가 아니라 편집자이니만큼, 출간을 희망한다면 그들의 세계에 잠입해 보는 건 어떨까. 가령 <난생처음 내 책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를 탐독해 본다던가... 아이쿠.
2. <난생처음 내 책>을 출간한 티라미수더북 출판사에서 북클럽 회원을 모집했다. 매달 한 권의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열 거라고. 첫 기수의 책 주제는 '글쓰기'인데, 2월의 책은 서메리 작가님의 <오늘을 버텨내는 데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이고, 3월의 책은 메리 파이퍼의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리고 4월의 책이 바로 <난생처음 내 책>이다.
출판사 계정에 며칠 전 2월의 책 독서모임 사진이 올라왔다. 진행자와 함께, 출판사 첫 북클럽 회원들의 모습, 인덱스가 가득한 책과 프린트된 종이뭉치들. 고교 시절 도서부로 활동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살면서 독서 모임 같은 걸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나는 사뭇 그날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4월에는 <난생처음 내 책>을 가지고 사람들이 이야기 나눈다고 하니 또 몰래 잠입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내가 쓴 책, 아니 편집자님과 함께 만든 책을 읽고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 재미가 있었는지, 아니면 조금은 슬프기도 했는지.
사람들의 생각은 다들 제각각이라 같은 글을 보아도 해석은 또 다들 다르다. 작가의 의도를 너무 잘 알아봐 주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조금은 엉뚱하다 싶은 독자도 만나게 된다. 뭐, 이런 독자든 저런 독자든 작가와 편집자와 출판사의 공통의 목적이라면 하나가 아닐까. 이 책을 어떻게 해서든 팔아야 하는 것.
출간을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글쓰기와 작가와 편집자 사이를 절묘하게 그려낸 책을 읽어보고서 독서 모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가령 <난생처음 내 책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같은 책을 가지고서... 아이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