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을 좋아하시는지? 오늘은 점심을 먹기 위해 중국집에 들렀다. 처음부터 중국집에 가려던 것은 아니었고, 얼마 전 강남에서 유명하다는 백반집이 이 동네에 새로 생겨서, 강남 출신은 뭔가 다른가, 반찬이 얼마나 잘 나오는지 한 번 먹어봐야겠다, 하고 들렀으나 오후 1시라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재료가 소진되었다는 안내문과 함께 샤따를 내려버린 것이다.
부들부들... 아니 무슨 놈의 백반집이 오후 1시에 재료 소진인가. 가격도 12,900원이나 하는 비싼 백반집이었는데, 으으으, 결국 백반집은 다음에 들르기로 하고 차선으로 고른 것이 바로 짜장면 되겠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집에 들르면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그런 고민으로 짬짜면이라는 혼종도 생겨난 것이겠지만, 나의 경우는 대략 9할의 확률로 짜장면을 고르게 되어있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내 맘대로 '탄수화물 세트'라고 부르는 메뉴인데, 바로 간짜장과 함께 공깃밥을 추가해서 먹는 것이다.
살면서 사람을 이해하는 일만큼 어려운 게 없지만, 내가 중국집에서 세상 이해 안 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짜장밥과 짬뽕밥을 시키는 사람들이다. 아니 그냥 짜장면이든 짬뽕이든 시켜서 공깃밥 하나 추가하면, 면도 먹고 밥도 먹고, 꿩도 먹고 알도 먹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일석이조, 일거양득, 일타쌍피, 원펀치 투강냉이... 아, 이건 아닌가.
암튼 일반 짜장과 달리 간짜장을 시키면 따로 볶은 야채와 돼지고기가 듬뿍 나오니 우선 면을 후루루룩 먹고 밥 한 공기를 말아다가 비벼 또 처묵처묵 하면 그 배부름을 말해 뭐 해. 좀 느끼하다 싶으면 중국집 기본 찬으로 나오는 아삭한 노란 단무지 와그작 씹어 삼키면 그만.
여하튼 이처럼 애정하는 탄수화물 세트의 장점으로는 먹고 나면 배가 부르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또 거의 9할의 확률로 꾸벅꾸벅 졸게 되어있다는 데에 있다. 대충 지금 졸려서 쓰는 글이라는 이야기...
어릴 적 티비에선 성공한 재벌가 회장님을 모셔놓고, 그 옛날 어떤 일이 있었는가, 또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는가 하는 나름의 재연 + 인터뷰 방송이 있었다. 현대家의 故정주영 회장도 나오고, 이런저런 기업 총수들이 나와서 자기 자랑을 하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제목의 뭐였드라.
그러던 어느 날에 방영되었던 거평그룹 회장의 점심 먹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살고 있던 집 바로 앞에 거평건물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는 점심식사를 위해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서는 이런 멘트를 쳤다. 그 내용인즉슨 대충, 내가 돈은 더 드릴 테니까 돼지고기 큼직하게 썰어서 두 배로 달라, 하는 거였다.
아, 재벌 총수는 짜장면을 저런 식으로 먹는구나, 하는 것과 짜장면에 들어가는 고기는 돼지로구나 하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나도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재벌이 되면, 중국집에 가서 "이보게요 셰프, 내가 돈은 더 드릴 테니까 돼지고기 아낌없이 큼직하게 척척 썰어서 잘 볶아주세요, 아 서비스로 짬뽕 국물 잊지 마시고." 하는 멘트를 써보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재벌이 되지 못한 관계로 지금까지 돼지고기 더 달라는 말은 해보질 못하였다.
뭐, 그러면 어떤가. 돼지고기로 배 채우진 못해도 공깃밥 하나 추가하여 이처럼 배부른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졸려... 너무 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