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언제 늙어가는가. 그것은 요즘 히트히트 하는 소위 말하는 최신 유행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늦게 찾아 들으며, 아아 이거이거 노래 되게 좋네, 할 때 바로 그때 늙어가는 것이다아아아아아아, 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리고 나는 늙어가고 있다.
때는 지난해의 어느 가을, 비 내리는 장충체육관에서 김형수군 aka 케이윌의 공연이 열려 들른 적이 있다. 케이윌은 이런저런 멘트를 하며 청중을 웃기기도 하였는데, 무엇보다 그가 본명 '형수'로 활동할 수 없었던 데에는, 그의 데뷔 타이틀곡 제목이 <왼쪽 가슴>이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케이윌의 <왼쪽 가슴>이라고 하면 아무렇지 않지만, 형수의 <왼쪽 가슴>이라고 하면... 운운.
여하튼 케이윌은 공연 후반부에 아이돌 그룹의 몇몇 곡을 커버하며, 화려한 안무와 노래 실력을 뽐내었는데, 그중에는 유독 엄청나게 좋은 곡이 하나 있었다.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곡이었는데, 진짜로 곡이 기가 막히고, 조명이 기가 막히고, 안무가 기가 막히고, 결국 공연이 끝나고서 함께 간 지인들에게, 아까 그 김형수군이 말이야, 커버했던 곡 중에 정말 좋았던 곡이 있었는데, 하며 물어보았더니 그게 바로 뉴진스의 <Attention>이었다. 나는 늙어가고 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뉴진스 aka 누진세구나. 아, 올해 난방비, 전기료 너무 걱정되네... 암튼 뉴진스의 음악은 정말 대단하구나. 250이 음악을 만들었구나, 뭐 그런 생각을 하다가 올 초에 새로 나온 뉴진스의 신곡 <Ditto>를 들었더니, 뭔가 감이 좀 한 번에 오지 않는 거여. 어, 이거... 노래 좋은가, 좋은 건가, 잘 모르겠네, 조금 더 들어볼까... 하다가 며칠이 지나서야 <Ditto>의 마성적인 매력에 끌려 하루에도 듣기를 여러 차례. 이렇게 나는 또 늙어가고 있다.
그리고는 또 바로 어제, 영풍문고에 들렀더니 서점 내에 있는 레코드샵에서 또 기가 막히게 그루비한 음악이 흘러나와 나는 자연스레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젊은 시절에는 가게에서 정말 좋지만 모르는 곡이 나오면 가게 주인에게, 익스큐즈미 사장님, 지금 나오는 이 노래 제목이 뭐인겨, 하고 물어볼 용기 가상하였으나 이제는 그런 진취적 안면몰수의 시간을 가질 수가 없다. 이제는 누가 보아도 비호감의 미들-에이지 아죠씨가 되어버렸으니 가게 주인에게 도움을 구하기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음악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탄생 이후 스마트한 사람들은 흘러나오는 음악을 핸드폰에게 들려주며, 스마트폰아 스마트폰아 지금 나오는 이 곡이 누구의 무슨 곡인고, 하고 물어보고 캐치해 낸다고 하던데 스마트함과는 전연 거리가 먼 나로서는 그저 네이버를 켜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가사를 찬찬히 타이핑해 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용함이... 더 좋아... 난 재미없어... 다 필요 없어...'
들려오는 가사를 찬찬히 타이핑해 보았더니, 세상에나 마상에나 이것도 뉴진스의 음악 <Hurt>였네. 이렇게 나는 또 늙어가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어제는 뉴진스의 <Hurt>를 들으며 그루비한 발걸음으로 퇴근을 할 수 있었다. 헤헷, 저보다 조금 더 늙은 여러분들(나이와는 무관하다), 뉴진스 음악 짱 좋습니당, 꼭 들어보세영, 네네, 헤헷, 헤헤헤ㅔㅎ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