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자려고 누웠다가 문득 이게 꿈인가아, 생시인가 했다. 오지 않는 잠에 두 눈 멀뚱멀뚱 하고 있으니, 꼬집어 보지 않아도 아, 생시로구나 하긴 했는데, 여전히 조금은 꿈같은 일이 벌어진 게 아닌가 싶은 거지. 그러니까 교보문고 광화문점 신간 매대에 내가 쓴 책이 올라가고,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작가님이라고 불러주고 하는 뭐 그런 일들이.
어제는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한 작가님과 댓글을 주고받았는데,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 하고서 6~7년이 지나서 첫 책을 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6, 7년씩이나. 그간 마음고생이 얼마나 깊으셨을까. 나는 책 같은 거 생각도 못하고 지내다가 17년도에 책 한 번 써보라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는, 18년도에 투고하고, 19년도에 첫 책을 냈다. 첫 투고와 첫 책 출간까지는 대략 2년 남짓. 그 2년 사이에도 나는 많이도 괴롭고 가끔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6, 7년을 버티셨으니.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가 18년도에 투고했던 원고는 책이 되질 못했다. 그땐 당연히 음악 에세이가 내 첫 책이 될 것이고 그래야 마땅하다고 여겼는데. 18년도에 처음 투고했던 음악 에세이를 23년도에 내게 되었으니 그렇게 따지면, 나도 5~6년 정도 걸린 셈이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책 하나 쓰고 만들면 1년이 금방이다. 첫 책을 내면서 매년 책 하나 정도 낼 수 있는 삶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는 그러고 있다. 11월에 첫 책을 내고, 7월에 두 번째 책을 내고, 3월에 세 번째 책, 그리고 또 3월에 네 번째 책. 오늘은 음악 에세이 출판사 대표님과 판권 페이지에 들어갈 발행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2월이든 3월이든 언제라도 좋다고.
매년 책을 내고, 소설이든 에세이든 교보문고 광화문점 신간매대에 책을 올리는, 꿈같은 일을 겪고 있지만 가끔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생각될 때에는 재빨리 현실세계로 돌아오곤 한다.
무명작가의 첫 책은 팔리지 않는 게 당연하니까 그렇다고 치고,
소포머 징크스라는 단어도 있으니까 두 번째 책도 쉽지 않았다고 치고,
뭐든 삼 세 판까지는 지켜봐야 하는 법이니까 세 번째도 뭐 그렇다고 치고,
야야, 야구도 4번 타자면 홈런칠 때 됐다, 네 번째엔 좀 터지지 않겠느냐 했는데, 쉽지 않다.
다섯 번째 책도 잘 안되면 그때 나는 무슨 핑계를 대야 하나.
핑계 대고 싶지 않으니까 책 좀 잘 팔리면 좋겠네.
프랑수아즈 사강은 책이 팔리지 않는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 계속 쓸 거라고 했는데.
(첫 책부터 초대박이 터졌지만.)
나는 계속 쓰다가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그 끔찍한 느낌에 죽을까 봐 겁난다.
*짤은 해냄출판사에 나온 <사강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