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이라 할 만한 A작가와 B작가가 있다. 두 분 다 지금까지 꾸준히 책도 여럿내고, 또 둘의 공통점이라면 소설과 에세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쓴다는 것. 그러던 어느 해 둘의 페이스북을 엿보다가, B의 신간이 나오자 A가 축하를 건네는 댓글을 보았다.
아아, 저런 중견 작가들 사이에서도 책 출간은 그 자체로 축하를 하고 받을만한 일이구나... 하는 걸 그때 새삼 느꼈다. 말하자면 당시 나는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째 책 출간을 앞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엌ㅋㅋ 뭐 출간이 축하를 받을 만한 일인가,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에겐 당연하고도 숙명적인 일 아니겠는가, 하는 오만하고도 방자하고도 남들이 알면 재수 없어할 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근데 뭐 솔직히 따지고 보면 오만 방자라기보다는, 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팔리는 물건이 아니고, 매대에 누워서 멀뚱멀뚱 있다가 결국은 책의 무덤이라 불리는 서가로 들어가 죽을 때까지 외로이 서있어야 하는 뭐 그런 물건 아닌가, 그러니 축하는커녕 책을 냄으로써 당하는 수모도 있고 괴로움도 있고 우울함도 있고 번뇌도 있고, 그러니 단순히 출간만으로 축하를 받기엔 좀 거시기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근데 또 돌아보면 출간이 기뻤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첫 책을 내기 전까지는 이래저래 마음고생도 좀 많았고, 몇 번의 출간 기회가 또 이런저런 일로 엎어지기도 했었기 때문에, 실제로 첫 책이 나왔을 때는 이 책이 팔리고 안 팔리고를 떠나 그 자체로 좋았다. 첫 책을 준비하면서 넘어지고 엎어지고 하는 일을 겪다 보니, 책이란 건 나와야 나오는 거지, 출판사와 미팅을 했다고, 계약을 했다고, 교정지를 주고받는다고 끝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한마디로 출간 전까지는 늘 불안한 마음을 달고 살았다.
그래서 첫 책이 나올 때까지는 주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게 진짜로 나올지 안 나올지 알 수 없었으니까. 책이 인터넷서점에 등록되고 나서야, SNS에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렸는데, 그때 온라인으로 축하를 많이 받았다. (오프라인으로는 친구가 없기 때문에...)
여기서 퀴즈, 글에 등장하는 A와 B는 누굴까요. 정답을 맞히시는 분에겐... 뭐 선물 그런 건 없습니다. 그냥 심심하니까 내가 아는 작가들 이름 한 번씩 불러보자, 뭐 그런 거지요. 맞히면 기분 좋지 않겠는가.
여하튼 책은 출간만으로도 축하를 받을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해 주었던, 그 시절의 A, B 두 분 중 한 사람이 이번에 제 책 추천사를 써주셨습니다.
저로서는 감개가 무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