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증정본 -
책이 나오면 출판사에서는 저자 증정본을 보내준다. (이처럼 출판사에서 저자에게 책을 주는 것이 마땅하고 정상이라 할 수 있을 텐데, 몇몇 출판사에서는 저자더러 책을 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운운...)
지금까지 20부 보내주는 곳도 있었고, 15부 보내주는 곳도 있었는데, 몇 부를 주든 오프라인에서 친구 없는 앗싸라서 늘 책이 좀 남는다. 아, 좀 서글프네...
그럼에도 책이 나오면, 아 이번책은 누구누구에게 보내드려야겠다아, 하고서 리스트를 짜놓고는 책이 나오면 끔찍한 악필에도 불구하고 면지에 싸인을 쓱쓱 해서 보내드렸다.
이번에는 출판사에서 책을 무려 30부나 보내주었다. 이번에도 책을 보내드려야 마땅할 몇몇 분들이 계셨으나... 어째서인지 이번에는 그런 리스트조차 짜질 않고서...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 박스를 발아래에 덩그러니 두고 있다.
이 많은 저자 증정본을 다 어쩌나. 제가 책을 보내드려야 할 분들이 몇몇 계시는데, 일단은 책을 좀 사주십시오, 하는 심정이기도 하고. 책 택배 비용도 오르고 가스비도 오르고 전기료도 오르고 혈압도 오르고 심부담도 오르고. 몰라몰라. 염치 불구, 일단은 좀 사서 읽어주십시오.
첫 리뷰 -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를 일찍이 받은 한 독자분께서 SNS에 댓글을 달아주셨다. 추천사를 제외한, 책의 첫 공식 언급. 내용인즉슨,
"Fortunate까지 읽고 덮었어요. 숨차.
휘리릭 못 읽을 것 같아요. 이 잠깐동안 내 머릿속 말풍선들이 수도 없이 나타나버렸거든요."
이 독자분 지난날 <작가의 목소리>를 하루 만에 읽어내셨다고 리뷰를 올려주어 나를 황홀경에 빠지게 하셨던 분이었다. 풜처네잇까지 읽고서 책을 덮었다는 것은, 책에 담긴 40 꼭지 중에 2 꼭지 읽으시고 책을 덮었다는 이야기. 진행률 5%.
그런데 책이 재미없어서 덮으신 게 아니라, 호흡곤란과 함께, 머릿속 말풍선들이 수도 없이 나타나버렸기 때문이라고. 나는 글쟁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내게는 읽고서 뭔가 말하고 싶어지는 게 많은 책이 좋은 책이다. 그것이 현실과 미래에 대한 생각이든, 과거의 추억 회상이든. 어쩌면 후회와 회한의 가득함이라 할지라도.
대체 무엇이 겨우 책의 두 꼭지를 읽은 독자로부터 많은 말풍선들을 만들게 하였을까. 나야 모르지. 하지만 분명 그런 게 음악이 가진 힘이 아닐까. 이소라가 <바람이 분다>에서 노래하듯, 추억이란 각자 다르게 적히는 법이니까. 각자의 사연으로 음악과 글을 읽어내는.
글을 쓸 때는 늘 술술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 간절하여도, 이번 책만큼은 페이지가 조금 천천히 넘어가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너무 천천히는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