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독고다이 인생. 서평이든 독후감이든 책리뷰든 다른 이들의 책 이야기를 보고서 책을 사는 일이 거의 없다. 책이라는 것도 분명 취향을 타는 상품이니까. 나도 눈이 있고, 생각할 수 있는 머리가 있는데, 타인의 책 이야기보다는 스스로 보고 싶은 책만 골라내어도 충분하잖아, 하는 마음이었달까.
온전히 누군가의 추천사만 보고서 책을 고른 적은 닉 드르나소의 그래픽 노블 <사브리나>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영화감독 박찬욱과 영화 평론가 이동진의 추천사가 붙어있는 책이었다.
그러다 출간을 해보고 나서야 사람들이 책을 고를 때 서평이나 독후감을 많이 참고한다는 걸 알았다. 특히 TV 노출이나 인플루언서의 언급에 책판매가 훌쩍 오르는 걸 보면서는, 책이란 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 다르게 움직이는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글쟁이이면서 영원토록 독자이기도 할 나는 아직까지도 타인의 서평을 보고서 책을 고르는 일은 잘 없다. 누군가 좋은 책이라고 말해도 그게 나에게도 좋을 리는 없고, 누군가 심한 욕을 한 책이라도 나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책일 수도 있으니까.
다만, 출간 후 온라인 등에 오르는, 내가 쓴 책이야기를 볼 때면 타인의 시간을 생각하게 된다. 단순히 책을 사거나 읽은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줌으로써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건 내게 아름다움이다. 그러니 서평이나 독후감이 가진 최고의 덕목은 어쩌면 글쟁이를 향한 우쭈쭈가 아닐까.
책이 영 팔리지 않는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 때에도, 아니야 아니야, 거기 작가 양반, 여기 나를 보라구, 내가 말이지, 자네가 쓴 책을 사서 읽고서, 마음이 좀 움직였고, 그게 너무 대견해서 이렇게 내 시간을 쪼개가며 자네가 쓴 책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라구, 하는 느낌.
요즘 출판사에서는 책을 내면 블로그 등에서 서평단을 모집한다. 추첨을 통해 누군가에게 책을 보내주고 서평을 맡기는 것이다. 서평단을 통한 서평을 받아보았고, 좋은 이야기들이 많지만 어딘가 조금 영혼이 부족한 느낌이랄까.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이주윤 작가는 책에 대한 본심을 알려면 서평단의 리뷰가 아니라 온라인 서점에 올라오는 찐독자의 '한줄평'이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책이 나온 지 며칠 되지 않았고, 출판사에서 준비하는 서평단에겐 아직 책이 나가지도 않았다. 요 며칠 올라오는 신간에 대한 멘트는 대부분 스스로 책을 사서 읽어주시고, 글을 남겨주신 찐독자라는 점에서 하나하나 감사하게 읽어내고 있다.
다음은 기억에 남는 책 이야기들.
이여사님 - "Fortunate까지 읽고 덮었어요. 숨차. 휘리릭 못 읽을 것 같아요. 이 잠깐동안 내 머릿속 말풍선들이 수도 없이 나타나버렸거든요."
열린결말님 - "첫 꼭지 마지막 두 문장 뭐죠, 완전 좋아요.."
서상훈님 (양평동 '중간식당' 사장님) - "역시 글을 잘 쓴다. 술술 읽힌다. 책의 종이 재질도 가벼워서 맘에 든다,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주머니님 - "쉽게 읽히고 잘 읽히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이경 작가의 책이 그런 책임을 안다. 쉬운데 가볍지 않고 잘 읽히지만 오래 곱씹게 된다."
책닮녀님 - "아 좋다. 책을 덮으며 내뱉은 말이다. 진짜 좋았다. 거짓말 0도 안 보태고."
미칼라님 - "이경이 말하는 노래 대부분은 남편을 통해 알게 된 노래들이고 그를 통하지 않은 노래는 모르는 것이었기에 찾아서 들으며 책을 읽었다. 이렇게 정성을 들여 읽은 책도 드문데 그렇게 읽었다. 좋았다."
김설 작가님 (<사생활들> 저자) - "좋은 책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책이 세상에 많지만 내가 좋다고 여기는 책은 오감을 자극하는 책이다.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영상을 보는 것 같고 음악이 들리는 것 같은 책, 읽다 보면 뭔가 자극이 되어서 엉덩이가 들썩이게 되는 책, 뭔가 더 알고 싶어지고 다 떨어진 표지의 백과사전을 새삼스레 들춰보게 만드는 책, 과거의 거익이 눈앞에 펼쳐지고 메마른 가슴이 촉촉해지는 책. 마음 한 곳이 뭉근해지는 책. 그런 의미에서 이경 작가의 이번 책은 정말이지 대성공이다."
봉부아 작가님 (<다정함은 덤이에요> 저자) - "이런 질척질철한 순수함 너무 좋아.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가 떠오르기도 했다."
돈키호테님 - "그의 삶을 함께한 플레이리스트들이 자꾸만 나에게도 고백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이경 작가의 힘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독자로 하여금 자기 이야기를 꺼내서 하고 싶게 만드는, 기억 저편의 창고에 무심하게 뒹굴고 있을, 먼지 잔뜩 낀 기억의 수정구슬들을 다시 반짝반짝거리도록 닦게 만들고 싶어지게 하는 사람."
정아은 작가님 (한국의 마릴린 먼로,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 저자) - "이 책을 읽는 이들은 모두 20대 시절로 돌아가 푹 담겼다 오게 될 것 같다."
출간 직후 며칠 사이에 올라온 이런저런 멘트들을 타이핑 하며 보고 있자니... 역시 글쟁이로서 이것보다 좋은 우쭈쭈가 없다... 여러분들... 무명 글쟁이 이경을 위하여 우쭈쭈 많이 해주십시오... 저도 이제는 무명을 좀 벗어나고 싶다 하는 소망과 희망과 열망과 욕망과 아무튼 이런 저런 망들이 있습니다아아... 책 이야기 많이 해주세요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