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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Mar 12. 2023

파주 신상 카페와 마을 이장




어제는 처가에 가서 점심을 먹고는 어디를 갈까 하다가 드라이브 삼아 파주에 생겼다는 대형 프렌치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오픈한 지 1주일도 안된 듯한 카페에다가 키즈존이 있어서 아이들하고 가기에도 좋고, 공릉저수지가 한눈에 보여 어른을 모시고 가기에도 좋다는 블로그 내용을 본 터였다.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과연 카페는 크고 널찍하였지만, 오픈 초기라 그런지 자리를 잡지 못한 모습이었다. 오후 5시쯤 들렀는데 빵은 거의 동이 난 상태였고, 그나마 남아있던 빵 두어 개에 커피를 주문하려고 오래 줄을 서있었는데, 주문을 할 수 있게 될 때쯤 점장으로 보이는 분이 오셔서, 지금 커피를 주문하면 2시간쯤 걸린다는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이다........................(말줄임표 수백 개)


네? 두 시간이요? 다른 음료는요? 다른 음료도 마찬가지라고요?...


결국 빵을 들고 있던 몇몇 손님들은 주문을 포기하고서 돌아서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우리는 여기까지 왔는데 빵이라도 먹고 가자 하고서, 그렇게 물에다가 눈물 젖은 빵을...


오렌지시폰 맛있었습니다...


.


카페 들어가기 전에 좀 재미난 일이 있었다. 주차 안내원에 따라 카페 앞에 있는 공터에 들어갔더니 주차 가능한 자리가 없어서 다시 밖으로 나오려고 하니, 차 하나가 출구 쪽을 막고 있던 것.


주차 안내원에게 저 차 뭐예요, 했더니 마을 이장 차인데 저렇게 차를 대놓고 사라졌다고...


아니 왜 차를 저렇게 대놓고 사라져요... 여기 나가려는 차들은 어떡하라고... 했더니, 카페 영업 방해하려고 일부러 저런다는 말...


자세한 속사정이야 모르겠지만, 아마 조용했던 마을에 대형 카페가 생기고 사람들이 북적북적거리면서, 마을 거주민들은 어쩐지 빡치기도 하고, 배도 아프기도 하고, 그래서 이렇게 카페 영업을 방해하는 건가 싶었다. 마을과 카페 사이에 갈등이 심각한 건지...

아무리 그래도 그런 방해를 왜 카페가 아닌 이곳에 들르는 손님에게 행하는지는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세상에는 내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결국 출구로 나가려던 다른 아죠씨랑 마을 이장이라는 사람이 투닥투닥하더니 차를 뺄 수 있었다는... 평화주의자인 나는 차 안에서 그 광경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근데 그 이장이라는 사람의 차가 아주 고급진 벤츠였는데, 저렇게 독하고 못되게 살아야 벤츠를 몰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제가 얼마 전 발표한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에는 '벤츠 사주세요'라는 꼭지가 하나 있는데 말이죠... 몰라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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