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이지은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글도 쓰고, 또 기회가 되면 책도 내고 하는 이경이라고 합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작가분들이 많이 계셔서, 제가 어떤 이경인지 알 수 없으시겠지만, 배 나오고 머리숱이 줄어들고 있는, 이제는 뒤로 돌아서야만 청춘의 시절을 바라볼 수 있는 중년의 아죠씨 이경이에요.
얼마 전엔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라는 제목의 음악 에세이를 내기도 했는데요. 그냥 제 개인의 이야기를 풀면서 결국은 좋아하는 음악을 추천하는, 하나의 음악 소개서예요.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음악 추천해 주는 걸 좋아했거든요.
여하튼 책의 본문은 마흔 꼭지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이 마흔 꼭지를 다 쓰고 보니 글쎄 아이유 선생님의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지 뭐예요. 그래서 뒤늦게나마 책의 끄트머리인 에필로그에 아이유 선생님의 이야기를 조금 더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에필로그에서 주절주절 무언가를 이야기하기보다는 그냥 아이유 선생님의 5집 앨범 [Lilac]에 실린 <에필로그>의 가사만 써놓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어요. "나를 알게 되어서 기뻤는지, 나를 사랑해서 좋았었는지" 하는 노랫말이, 꼭 독자에게 묻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거든요.
아시다시피 요즘에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시대이니까요. 뭐랄까. 책 보다 재미난 게 훨씬 많은 세상이잖아요. 책을 읽을 시간에 넷플릭스에서 히트하는 드라마를 보는 게 세상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엔 더 좋을지도 모르죠. 이런 세상에 굳이 제 책을 찾아 읽어주는 독자분에겐 묻고 싶어 집니다. 이 책을 알게 되어서 좋았는지, 이 책이 괜찮았었는지, 하고서 말이에요.
음악 에세이를 쓰면서는 마음이 힘든 날들도 많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엔 저와 한번 작업을 한 적이 있었던 편집자님이 메시지를 주었어요. 혹시 쓰고 있는 음악 에세이에서 아이유의 <Celebrity>도 다루어주면 안 되겠느냐고요. 자기는 <Celebrity>를 들을 때면 제 생각이 난다면서요.
"느려도 좋으니 결국 알게 되길 The One and Only, You Are My Celebrity"
편집자님이 무심코 던져준 그 이야기에 저는 힘든 마음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어요.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내 글을 좋아해 주고 응원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사실은 눈물도 찔끔 났구요. 아, 이 이야기 역시 책의 에필로그에 실어두었습니다. 아이유 선생님이 보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러고 보면 아이유 선생님과의 추억이 적지 않습니다. 어떤 앨범은 그 앨범을 살 때의 장소와 기분까지도 기억이 나는 법이잖아요. 아마도 2009년이었겠죠.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하던 그 시절, 일산 라페스타 거리 2층에 있던 한 레코드샵에서 저는 한 앨범을 들고서 여자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듯 말했습니다.
"이 앨범 사고 싶다..."
"사면되잖아."
"왠지 좀 부끄러워서..."
네, 그 앨범은 바로 <Boo>를 타이틀곡으로 삼았던 아이유 선생님의 정규 1집 앨범이었습니다. 그때 아이유 선생님은 이팔청춘의 학생신분이었고, 저는 결혼을 앞두고 있던, 말하자면 삼촌 뻘 되는 아죠씨였으니까요. 아이유 선생님에겐 그때도 지금도 저는 늘 아죠씨군요. 아무튼 그땐 선생님의 앨범을 사려니 무언가 죄를 짓는 기분이기도 했거든요. 내가... 이렇게 어리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을 좋아해도 될까, 하고 말이에요. 말하자면 저는 <Boo>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아이유 선생님은 데뷔 초에 여러 방송에서 통기타를 들고서 코린 베일리 래의 음악을 커버하기도 하셨죠. <Like a Star> 같은 곡 말이에요. 코린 베일리 래는 저와 아내가 모두 좋아하는 뮤지션이기도 했습니다. 아내에게 선물했던 몇 장의 음반 중에서는 코린 베일이 래의 데뷔 앨범도 있었거든요. 결혼을 하면서 결국 지금 우리가 사는 집에는 코린의 같은 앨범 두 장이 있기도 합니다.
2011년인가요. 악스 코리아 공연장에서 코린 베일리 래가 내한 공연을 했을 때, 아이유 선생님이 게스트로 나오기도 하셨죠. 그날 저는 처음으로 아이유 선생님의 실물을 영접하고 라이브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Rain Drop>을 부르던 그날 실제로 비가 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코린 베일리 래와 함께 선생님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고 이제 코린 베일리 래가 노래했던 공연장보다 훨씬 큰 무대에 서는 우주 대스타 아이유 선생님을 보게 됩니다. 자신의 우상을 뛰어넘는 그 기분은 어떤 걸까요. 저는 언제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요.
작년에는 선생님의 5집 앨범 [Lilac]를 자주 들었습니다. <Boo>를 들을 때만 해도 이 세상에 없던 아이들이 태어나 이제 둘째는 올해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아이들도 선생님의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특히 첫째 아이는 <라일락>을 좋아해요.
아, 지금에서라도 고백하자면 이건 그저 아이유 이지은 선생님의 이름을 팔아다가 제 책을 좀 알려보고자 하는, 나쁜 수작질에 지나지 않는 글입니다. 요즘엔 정말 어떤 식으로 책을 알려야 할지 모르겠거든요. 책을 다섯이나 냈지만, 어떻게 팔아야 할지는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이래서 제가 정말 셀러브리티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이유 선생님은 혹시 이시카와 다쿠보쿠라는 일본의 시인을 아시나요. 한국으로 치면 윤동주급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국민 시인이라는데요. 이 사람이 살아생전 사람들에게 돈 빌려 달라는 편지를 그렇게 많이 썼대요. 그런데 그 편지를 읽고 나면 돈을 빌려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글을 잘 썼다고 합니다.
한때 아이유 선생님은 누군가 SNS에서 도움을 청하면 돈을 보내주시기도 하셨다고요. 제가 아이유 선생님에게 돈을 보내달라는 이야기는 차마 할 수 없고, 혹시라도 아이유 선생님이 내가 쓴 책을 읽어준다면 어떠할까, 그렇다면 나는, 아이유가 선택한 음악 에세이,라는 문구로 내 책을 조금이나마 더 알릴 수 있겠지, 하는 꿈을 꾸며 이런 편지를 띄어보는 겁니다. 제가 아죠씨이긴 합니다만, 이 정도 꿈은 꿔도 괜찮은 거 아니겠냐며, 저도 한때의 우상이었던 누군가를 뛰어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아이유 선생님... 이지은 선생님... 장만월 선생님...
이 편지가 언젠가는 선생님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