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20230417

by 이경



1. 뭔가 글을 좀 쓰고픈데 딱히 쓸 이야기는 없어서, 잡글이나 써본다능. 헤헷.


2. 지난 주말 장모님에게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를 전해드렸다. 나중에 전화로 잘 읽겠노라고 말씀하셔서, 네네 하고 끊었는데, 생각해 보니까능 사위라고 하나 있는 생키가 책에다가 첫사랑 이야기를 주절주절 적어 놓아서... 책 보시고는 뭐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네... 몰라몰라...


3. 삶의 많은 것을 '야구'에서 배웠다. 어린 시절 야구를 보면서 캐스터와 해설가가 주고받는 티키타카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전해 들은 것이다.

유년 시절 TV를 통해 야구를 보던 어느 날 타석에 '신경식'이 들어섰을 때, 운동선수들은 노장이라는 단어보다 베테랑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는 해설가의 말을 들으며 언어의 뉘앙스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동봉철'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는, 동 씨가 국내에 얼마 없는 희귀 성씨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야구 선수 동봉철 이후에 '동'씨 성을 가진 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4. 희귀 성씨를 통해 내가 얼마나 멍청한 놈이었는지를 깨닫곤 한다. 중학생 시절 희귀 성씨를 가진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생전 처음 들어본 '사공'씨였다. 세상에. 제갈이나 선우, 황보 씨는 들어봤는데 사공 씨라니, 조상이 뱃사공이었나, 하는 멍청멍청한 생각을 하던 어느 날이었다.


한 선생님이 '사공' 씨를 가진 친구를 보고서는 "너는 주변에 사공 씨를 가진 사람들이 많겠구나." 하고 말한 것이다. 에에, 설마. 나는 살면서 '사공' 씨를 이제 처음 보았는데, 선생님은 무슨 확신으로 사공 씨를 가친 친구 주변에 사공 씨가 많다고 말씀하신 걸까 하고서 의아해하던 중, 선생님이 말하였다.


"너의 아버지도 사공 씨고, 너의 누나, 너의 할아버지, 너의 친가 쪽 친척들 모두 사공 씨일 것 아니냐."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아, 그렇구나 싶었던 것이다.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할까, 나는 생각의 폭이 왜 이렇게나 좁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때의 일을 떠올린다. 이경이경 멍청멍청 대멍청.


5. 정확한 워딩은 아니겠으나. 이석원의 책 어디에선가 '봉준호'의 아우라에는 희귀한 성도 한 몫하는 것이라고. 봉준호가 봉준호가 아니라 이준호나 김준호였다면 지금 같은 아우라가 있었겠느냐 하는 글이었고 나는 동의했다.


6. 3번부터 여기까지, 최근 페친을 맺은 한 작가님이 희귀한 성씨를 가져서 떠들어보는 이야기.


7. 매년 새해를 맞이하게 되면, 올해는 시를 좀 많이 읽어야지, 시집을 많이 읽어야지 하면서 늘 실패에 이르게 된다. 한 해 두 세 종의 시집을 읽으면 많이 읽는 편.


8. 소설이든 에세이든 인문학적 글쓰기든 대부분의 글쓰기를 하나의 결로 묶을 수 있다면, 시만큼은 그 결이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시를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뭔가 리스펙트 하게 되고, 나는 결코 시를 쓸 수 없겠다는 좌절감도 맛보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시라는 것은 단어의 조합에서 오는 어떠한 생경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고, 최근 5년 내 접했던 시 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을 꼽으라면 주민현의 <네가 신이라면>이었다.

SNS에 시를 올리는 자칭 시인들 대부분은 이런 언어적 생경함이 아닌 그저 세월의 흔적만을 늘어놓을 뿐이다. 시를 쓰는 아죠씨들이 자꾸만 페친 신청을 해오셔서 곤란하다.


9. 요 며칠 페이스북에서 한 독서가와 한 시인의 아옹다옹을 보았다. 말을 더하거나 누군가의 편을 들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안 해. 나는 몰라. 몰라몰라.


10. 다만, 9번과 관련하여 말하자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책을 내는 사람들이 영향력 있는 서평가(독서가)에게 '내 책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는 것은 몹시 이해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몹시 찌찔찌찔 아주 그냥 개찌질한 일인 것 같지만, 또 아주 이해가 되는 그렇고 그런.


나는 첫 책을 내고서 인서타에서 서평가로 이름을 날리던 한 분에게... 헤헷, 선생님이 내 책 좀 읽어주고 서평 써주면 내 책 좀 팔리지 않을까, 하는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서 댓글을 달았던 적이 있는데, 그 후에 그분은 지금까지 내가 쓴 책 다섯 종을 모두 읽으시곤 각 책의 리뷰를 써주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이 나올 때마다 주변에 선물을 해주고 있다...


이 이야기가 말하는 것이 무엇이냐...

그만큼 내가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느냐... 아, 몰라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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