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N 속 S의 웃음

by 이경



내 인생에서든, 혹은 글쓰기 인생에서든 S는 잊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를 통해 사람은 이렇게나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인데, 그러니까 S와는 당시 즐겨 쓰던 메신저 MSN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S는 채팅을 하며 ^^같은 눈웃음 이모티콘이나, :) 빙그레 미소 짓는 이모티콘, 혹은 ㅋㅋㅋ 하고서 웃고는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웃음 이모티콘이나 ㅋㅋㅋ하는 웃음을 타이핑하게 될 때에 S는 실제로 그런 미소와 웃음을 짓는다는 것이었다.


세상에나. 현실 표정과 타이핑을 동일시하는 사람이 있다고? 모니터에 보이는 웃음이 실제였다니. 그 후로 MSN 창에서 S가 웃음의 표시할 때마다 나는 S의 웃는 모습을 떠올렸고, 나는 그 일이 좋았다. 모니터에서 S가 찍어내는 웃음 이모티콘과 폭소의 자음을 마주하게 될 때면 어쩐지 나도 따라 웃게 되었고.


살면서 만난 사람 중 실제의 표정과 타이핑을 똑같이 하는 사람이 또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혹시 너 채팅창에서 웃을 때, 실제로도 웃는 거야?"

S를 제외하곤 그런 질문을 던져본 적이 거의 없으니까.


사람들은 글을 쓸 때 어떤 표정을 짓는 걸까. 인터넷에 이런저런 가벼운 농담의 글을 올릴 때 사람들은 나에게서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상상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글을 쓰든 대체로 타이핑하는 나의 표정은 심드렁하거나 무표정에 가깝다.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서. 눈에 힘은 풀려있고. 입술은 툭 튀어나와. 턱을 괴고서 모니터를 지켜볼 때엔 조금은 화난 표정일지도 모르겠고.


그러니 누군가 내가 쓴 글을 통해 싱그러움이나 젊음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모니터 너머로는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좀처럼 웃지 않는 고약한 표정의 아저씨가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이다.


글을 쓸 때, 웃음 이모티콘을 날릴 때면 문득 S를 떠올린다.

가끔 재미난 글을 쓸 때만큼은 S처럼 실제로도 웃으면서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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