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에서 한 독서가 겸 서평가 겸 책덕후 겸 책마니아인 A라는 분과 한 출판사의 대표 겸 시인 겸 평론가인 B라는 분이 아옹다옹한 일이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뭐 굳이 누구 한 사람의 편을 들거나 응원을 하라면 할 수 있었겠지만, 내 그러지는 않았다. 어째서 그랬냐면 둘 다 잘 모르는 사람일뿐더러 내가 지금 누굴 응원하고 자시고 할 처지가 아니다. 내 앞가림도 못하고 있는 주제에, 무슨...
암튼 A와 B가 키보드배틀을 벌이던 중 누군가의 추종자가 추종을 하는 과정에서 댓글로 상대방을 까거나 뭐 그런 걸 보면서, 특히나 그게 비꼬기라든가, 맞춤법 지적이라든가, 인신공격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번지는 것을 보면서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물론 내가 이런 글을 쓰면, 또 누군가는 이경 저 시부엉 생키는 누구의 편을 들지도 않는 회색분자라거나, 저 혼자 신선놀음을 하고 있다고 욕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몰라몰라. 나 회색분자 맞는 거 같앙, 몰라몰랑!!
여하튼 꼭 이번 A와 B의 배틀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편을 들거나, 혹은 누군가가 싫어지게 되면, 쉽게 동조되기도 하고, 또 그렇게 이러쿵저러쿵 하다 보면 바쁜 현대사회에서 그 누군가의 글이나 작품세계를 읽어보지도 않고서 무조건 깎아내리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것도 같다. 이경 역시 다른 이와 마찬가지로 누구 한 사람의 편을 들어가며 상대방을 욕하고 힐난하고 비난하고 아이참, 나쁜 사람이라며 진흙탕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만, 오랜 시간 나 홀로 지켜온 신념이 있다면,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더라도, 만약 그게 책에 해당된다면, 읽어보지 않고서는 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읽지 않으면 까지 않는다.
우리는 그동안 메스미디어라든가, 뭐 이런저런 것들에 의해서 글 한 줄 읽어보지도 않고서 얼마나 많은 책들을 깎아내리기에 바빴던가. 일단 남들이 까니깐 같이 까고, 나중에 가서는 아니면 말고, 내가 너를 오해하고 있었다, 라며 사과를 하기도 하고.
5년 전부터 출판업계에 엄지발가락 정도 담그고 물장구 참방참방하고 있다보니까능, 정말 글 한 줄 읽어보지도 않고서 누군가의 책을 까는 일을 너무 많이 보았다. 서점을 돌아다니다가, 책을 들춰보지도 않은 채 그저 제목과 표지만 보고서 "어우, 난 이런 책 너무 싫어!" 하고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저기요, 익스큐즈미, 어떻게 제목과 표지만 보고서 책을 싫어하실 수 있는 것이지요, 하고서 오지랖과 주접을 동시에 떨며 따져 묻고 싶어 진달까.
읽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일단 까고 보는 책, 탑쓰리를 꼽아보라면 아마 이 책들이 아닐까.
1) 김난도 -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 교수의 초특급 베셀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무슨 청춘이냐며 비아냥의 대상이 된 책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서 까기 시작했지만, 나는 동조하지 않았다. 왜냐면 읽어보지 않았으니까.
근데 정말 하도하도 까이고, 이렇게도 까이고, 저렇게도 까이고, 먼지가 될 정도로 까이고, 심지어 굉장히 이성적이라고 생각했던 영화감독 변영주 씨와는 트위터에서도 설왕설래를 하고 있길래, 도대체 글이 어떻길래 이 정도로 까이는 것인가, 인터넷 서점에서 서문만 미리보기로만 보았었다.
그렇게 서문을 읽고서 느낀 점이라면 김난도 교수가 좀 억울하게 까이는 면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거였다. 물론 본문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서문만 보았을 때는 이게 뭐 그렇게 심하게 까일만한 책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달까. 김난도 교수의 이 책이 까이는 데에는 책 제목의 영향이 컸을 텐데, 이거 책 제목 김난도 교수가 정한 것도 아니고 출판사에서 붙인 제목이라면서여?
2) 백세희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욕을 먹는 가장 큰 이유는 무얼까. 역시나 제목을 너무 잘 지었기 때문이 아닐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줄여서 죽.떡.먹. 세상에 이렇게나 찰진 제목이 있나. 이 책 역시 많은 이들이 읽어보지도 않고서 까는 느낌이다. 이 책이 까이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데, 혹시 책이 너무 잘 팔리다 보니까 질투의 대상이 된 것은 아닐까. 제목이 뭔가 킹 받게 하는 느낌이어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대성공 이후에 생겨난 비슷한 구조의 문장형 책 제목을 보면 나는 그렇게나 킹 받을 수가 없다... 아... 킹 받아... 고민 없는 아류들, 쪼다 같은 카피캣들.
고백하자면 나는 이 책을 오랜 시간 오해하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나는 이 책이 떡볶이 에세이는 아닐 거 같고, 뭔가 좀 파스텔톤의 말라말랑한 감성 에세이가 아닐까, 하는 오해를 했던 것이다. 이 책이 정신과 전문의와의 대화를 엮은 책이라는 사실은 출간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제목에서 '떡볶이'를 주시했지만, 사실은 '죽고 싶지만'이 책의 핵심이었던 것 같은. 여전히 읽어보진 않았지만, 뭔가 좀 억울하게 까이는 느낌의 책이랄까.
3) 이기주 - <언어의 온도>
하아... 나 진짜 이 책, 읽지도 않고서 까는 사람을 너무 많이 보았다. 특히나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이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서 까는 걸 보았는데, 그때마다 답답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이 책이 읽히지 않은 채 까이는 이런저런 이유들을 생각해 보았는데, 이건 암만 생각해도 이기주 작가에 대한 질투로 귀결이 되고 마는 것이다.
혹자는 이기주 작가가 자신이 설립한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또 그 책이 초대박을 터트린 것을 두고 비판하기도 했는데... 그게 왜 비판의 이유가 되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물론 보수적인 출판업계의 관행상, 자기가 쓴 책은 다른 출판사에서 내는 게 보기에 좋다, 그게 그림에 좋다, 뭐 그런 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수적인 입장으로 보았을 때 그런 것이고, 자기가 능력 발휘해서 책 많이 팔아먹은 게 뭐 그리 잘못인지는... 나는 몰라몰라, 그냥 부럽기만 하다. 인터넷 서점 보니까 170만 부 에디션이 나왔네... 아 배 아파.. 배 아프다... 배가 너무 아파...
이기주 작가가 하도 까이니까, 서점에 서서 책의 몇 꼭지를 읽어본 적이 있다. 역시나 이게 뭐 그렇게 크게 까일 만한 글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이기주 작가가 출간 초기에 각 서점을 직접 돌며, 서점 MD에게 자신의 책을 알린 일을 떠올려보면 그 노력이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물론 책을 다 읽어보고서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아주 대차게 깔 수도 있는 지점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몰라. 안 읽어봐서 몰라. 앞으로도 안 읽어볼 거 같아... 배 아파서 못 읽겠어... 몰라몰라!!!
1, 2, 3 써놓고 보니... 셋 다 어마어마하게 팔린 베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음... 역시나 뭔가 유명해지면 이유 없이 미워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그러는 걸까... 그렇다 한들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지 않고서 까는 일은 지양했으면 좋겠다. 영화든, 음악이든, 책이든 깔려면 일단 한 번은 접해보고서 까는 게 좋지 않을까.
이런 희미한 회색의 글을 쓰는 나를 까고 싶거들랑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 정도는 읽어주고 까면 좋겠다는 자그마한 소망을 끝으로... 몰라... 몰라몰라.. 아이돈노... 후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