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by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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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집에서 두 시쯤 나와 지하철을 타고 종각역에서 내려 삼청동길에서 서촌까지 걸었다.


부처님 오신 날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조계사에는 등이 가득했는데 그 아래에 서있으니 등들이 햇빛을 막아주어 시원하면서도 따사로운 느낌이 들었다.


열린송현 광장에 '하늘소'라는 이름의 전망대 구조물이 생겨 가본 것인데, 철제 구조물 위로 올라가니 사방이 트여 청와대 지붕까지 보이더라.


하늘소에서 내려와서는 바로 옆에 있는 공예 박물관에 가보았다. 박물관에 전시된 이런저런 것들 중 허난설헌의 글이 특히 좋았다.

내가 선물한 물건, 길에 버릴지언정 다른 여인에게는 주지 말라는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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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에 들르면 늘 단팥죽을 먹는다. 어제도 단팥죽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는데, 건너편 수제비집에 보기 드물게 줄이 짧길래 계획을 바꿔 수제비와 감자전을 먹었다. 그리고는 츄러스를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서촌으로 넘어가서는 대림 미술관 옆에 있던 그라운드 시소 서촌 건물을 처음으로 보았다. 오후 다섯 시까지 운영을 한다는 '이상의 집'은 문이 닫혀 있었고, 대오서점의 간판은 음절 세 개의 칠이 벗겨져 '오'자 하나만이 알아볼 수 있었다.


청와대에 빵과 케잌 등을 납품한다는 한 제과제빵사의 빵집에서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빵 몇 개를 사들고는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책 두 권을 샀다.


광화문역 밖에서는 누군가 마이크를 켜고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나는 그게 데모의 노래인지 축제의 노래인지 구분이 잘 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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