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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에서 떡볶이를 먹다가

by 이경


일이 있어 노원역에 가끔 간다. 노원역 근처에는 떡볶이 노점이 많이 있어서 배가 출출할 때 한 번씩 들리곤 한다. 한집의 상호는 '마약 떡볶이'고, 그 옆에는 '입안의 천국 떡볶이'던가. 마약과 천국이라니 허허. 노원 길바닥엔 뭔가 선과 악을 상징하는 이름의 떡볶이집들이 있군. 흠흠. 하고 생각이 드는 거다.


어쩐지 장사는 마약 떡볶이 집이 더 잘된다. 역시 사람들은 선보다는 악에 끌리는 건가 싶다. 물론 그럴 리야 없겠지. 사람들 입맛에 더 맞으니 그 집에 사람이 더 많을 테다. 마약이든 천국이든 모두 먹어본 내 입맛엔 천국 떡볶이가 더 좋았다. 무엇보다 이곳 떡볶이 집들의 가격이 착하다. 한 접시에 이천 원을 받는데 요즘 서울 바닥에서 이천 원짜리 떡볶이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입안의 천국 떡볶이 가게에 붙어있는 현수막이 이채롭다. 영양사 출신과 세종호텔 출신의 주방장이 만든 떡볶이란다. 부부로 보이는 두 분이 운영을 하시던데 여성분이 영양사 출신인지, 남성분이 호텔 주방장 출신인지, 혹은 그 반대인지는 물어보지 않아 알 도리는 없다.


호텔 주방장 출신이 호텔을 그만두고 치킨 집을 한다던가, 짜장면 가게를 여는 것은 종종 봐왔는데 떡볶이 집을 운영하는 것은 거의 보질 못해서 이채로웠다. 세종 호텔 출신이라는 문구에 호텔 이름이 익숙했다. 뭐였지. 어디였지. 한 10초 정도 생각해봤더니. 아, 내가 결혼한 곳이구나. 세종 호텔 음식이 맛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날 결혼한다고 몹시 바빴다.


예전에 본 기사다. 워낙 오래전 일이어서 이런 일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뻥이었는지 알 수도 없다. 보컬을 틀어놓고 음색에서 선한 느낌이 나면 모니터 화면에 하얀색을, 악한 느낌이 나면 화면에 검은색을 띄우는 실험을 했단다. 음색에서 느껴지는 선과 악을 화면에 색상별로 띄우는 실험이 가당키나 한지 모르겠지만, 어릴 적 기사로 본 기억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보컬은 흑과 백 한쪽의 색을 띄웠는데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보컬에서는 흑과 백 모든 색이 나타났다는 실험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 실험은 아무래도 구라 같다.


그래도 결과는 뭔가 그럴싸하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그 탁월한 해석 능력과 곡마다 변화무쌍한 마이클 잭슨의 음색을 느낄 수 있다. 세상에 마이클 잭슨보다 완벽한 뮤지션이 또 있을까. 노래든, 춤이든, 퍼포먼스든.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다. 그의 음악 커리어에 유일한 단점이라면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것.


마이클 잭슨은 아주 오래전 <Black Or White>라는 명곡을 세상에 내놓고 떠나기도 했다. 제목 그대로 흑인이든 백인이든 상관없다는 곡이다. 앨범 [Dangerous]의 첫 번째 싱글로 커트돼 빌보드 정상을 차지한 곡이다. 몰핑 기법이라고 하던가. 여러 인종의 사람 얼굴이 수시로 바뀌는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인 곡이다. 까맣든, 하얗든 상관없다는 메시지를 남긴 마이클 잭슨. 그의 음색은 정말 때로는 선하고 때로는 악하게 느껴진다.


앞서 이야기한 실험에서처럼 하얀색과 까만색이 선과 악을 상징할 순 있어도 그것을 대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것은 하얀 것이고 까만 것은 까만 것이다.

마약과 천국이라는 이름이 선과 악을 상징할 순 있어도 그 맛은 사람들 입맛에 각각 다르듯이 말이다. Black Or White. 마약 떡볶이든, 천국 떡볶이든 맛있는 게 장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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