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과 아무말

by 이경



출판업을 이야기할 때 나는 엄지발가락 정도 담그고 물장구 참방참방하는 정도라고 말하는 편이다. 나름 책을 다섯이나 내었음에도 고작 엄지발가락이라고 말하는 데에는 나의 영향력이라는 게 몹시 미진하기 때문이기 때문이기 때문인데.


여하튼 이러한 나라도 요즘의 출판시장을 보자면 무언가 흉흉한 일들이 계속하여 일어나는 거 같다. 알라딘에서는 무슨 전자책이 해킹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자세히 안 알아봄) 지난달인가는 페북에서 시인이랑 독서가가 배틀을 붙더니, 이달에는 몇몇 소설가들 사이에서 소위 인터넷서점 평점테러 사건이 발발하면서 가지가 뻗어 나가듯 이 사람 저 사람이 말을 더해 흉흉함이 배가 되었다.


사건의 당사자인 시인이나 독서가나 이런저런 소설가들 모두 나와는 아무런 친분이 없는 분들인 것으로 보아 아, 역시 나는 이 바닥에서 별 영향력이 없는 인간이구나아아, 하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이다. 서글프네...


다만, 얼마 전 페북에서 제멋대로 친구신청을 하고서 다음날 친구를 풀어버리는 일이 있었는데, 그 기간 나는 이번에 별점 테러를 당했다는 한 소설가 선생님과 하루 동안 페친이 되었던 적이 있다. 선생님의 글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시원시원해 보이는 외모가 몹시 호감형이라... 헤헷 잘됐다 페친으로 지내다가 조금 더 친해지면 아예 누나라고 불러야지 하고서 마음을 먹었는데 다음날 친구 사이가 풀어져서 속상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오늘은 한 출판사 대표님이 이것 보라며 링크를 보내주었는데, 링크를 따라가 보니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올라온 <영업의 신>이라는 책이었다. 아, 뭐 경제경영서인가 보다, 근데 왜 이 책의 링크를 보내주셨을까, 하고서 보았더니 책의 출판사가 '문학동네'였던 것이다.


문학동네에서도 경제경영서랄지, 자기계발서랄지를 내긴 냈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뭐랄까, 다른 출판사가 아니고 굳이 문학동네에서 문학의 신도 아니고 영업의 신을?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기도 하고, 아 이제 정말 이런 메이저 출판사에서도 문학만 팔아서는 먹고살기가 힘들어진 걸까 싶기도 하고, 몰라몰라. 나랑은 아무런 상관없는 이야기들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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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이적이 산문집을 냈다. 알라딘에서 이적이 쓴 책을 눌러보고 프로필을 눌러보고서는 나는 문득 초라한 마음과 열등감에 휩싸였다.


마흔 줄이 넘은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내세울 만한 게 있다면 그나마 책을 다섯 출간하였다는 것인데, 이적은 약관의 나이 때부터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긴 음악을 만들어왔고, 책은 그에게서 부차적인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부차적인 결과물마저도 내가 출간한 것들보다 훨씬 많이 조명받고 팔릴 것을 생각하면 나는 어쩐지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재능의 크기와 인기와 뭐 이것저것 복합적으로다가...


특히나 내가 가장 최근 냈던 책은 음악 에세이가 아닌가. 굳이 나쁘게 말해보자면, 내가 행한 행위는 누군가 만들어 놓은 음악에 기생충처럼 들러붙어 이런저런 말을 더한 2차 저작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 음악들이 없었더라면 나의 이야기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물론 대부분의 책이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다손 하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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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약 먹을 시즌입니다. 기생충약을 드세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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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이고 부탁을 해야 할 일이 생기는데, 체질상 이런 걸 잘 못한다. 하긴 하는데 자꾸 고개 숙이다 보면 내 삶이 너무 비루하고 초라하게 느껴지고,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첫 책을 낼 때는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단카집을 지약처럼 챙겨보았다. 거기에 그런 단카가 있는데.


한 번이라도 내 고개를 숙이게 만든 사람들

모두 죽으라고 기도하겠다는.


이적이 쓴 '성공'이라는 글은 이렇다.

'싫은 사람과는 같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


작가로서 성공하여 고개 숙이고 싶지 않으면서도, 가끔은 이름난 서평가가 내 책을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질 때가 있다. 그런 마음이 들면 이내 그런 생각을 하였다는 내 자신이 너무 싫어진다.


<영업의 신>을 읽어보아야 할까?! (아니오!)


오, 이 정도면 좋은 결말 아닌가. 이적과 이시카와 다쿠보쿠와 영업의 신까지 모두 아우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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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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