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지니까 간사함이 차올라 겨울 이야기를 겸하며 문학 이야기를 겸하며 책홍보를 겸하며, 몰라몰라.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를 읽으신 분들 중에서, 아 나 이 노래 몰랐는데 들어보니까 너무 좋더라, 눈물이 나더라, 아름답더라 하는 곡을 하나 꼽으라면 송창식이 부른 <밤 눈>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 시인의 글쓰기 능력보다 작사가의 글쓰기 능력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시인의 글에는 제약이 없지만 작사가들은 박자나 리듬이나 멜로디나 보컬이나 연주나 이것저것들을 염두에 두고서 글을 써야 하기 때문인데, 물론 반절쯤은 가사를 먼저 쓰고서 곡을 붙이는 경우도 있겠고, 장르를 따져보면 랩가사 같은 경우는 리믹스를 제하고는 비트가 먼저 나오고서 가사를 쓰는 게 당연하겠고, 또 생각을 거꾸로 해보자면 노랫말이야 외려 보컬이나 연주 같은 게 더 해져 감동을 배가 시킬 수 있는 거 아니겠느냐, 그러니 하얀 종이 위에 시커먼 글로만 승부를 보는 시야말로 더 뛰어난 능력이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 반박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는데, 몰라몰라몰라몰라.
그런데 가끔 시인이든 소설가든 문학가들이 노랫말을 쓰게 되는 일이 있다. 원태연 같은 사람은 아예 양 쪽을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나는 가끔 문학가들이 각 잡고 노랫말을 쓸 때(혹은 쓰일 때에)의 결과물도 좋아하는데, 송창식 부른 <밤 눈>의 경우 故최인호 작가가 가사를 썼다.
이게 노래도 노래지만 가사만 봐도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줄줄줄줄 흐르게 되는 뭐 그런 곡이라능. 헤헷. 날도 더운데 <밤 눈> 한 번씩 들으세요 여러분, 네네. 책도 좀 사서 읽어주시고, 네네.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에서 송창식의 <밤 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문학가가 쓴 곡을 하나 추천한 게 있는데 故이남이가 부른 <그대가 떠난다면>이란 곡이다. 가사를 한 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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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이 <그대가 떠난다면>
그대는 눈빛 하나로도 내 온가슴 불지피고
그대는 손끝 하나로도 내 온핏줄 잠재운다
그대는 한마디 말로도 내 온세월 다스리고
그대는 한소절 노래로도 내 온마음 잠재운다
그대가 떠난다면 떠나고 만다면
아무것 아무것도 남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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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보율이나 음수율 같은 고리타분하고 골이 따분한 이야기는 차치하고서 가사를 보고 있으면 너무 정갈해서 아름답지 않나, 헤헷.
특히 나는 손 끝 하나로도 내 온 핏줄 잠재운다는 라인을 참 좋아하는데, 핏줄이라는 게 결국 혈기 아닌가. 막 혈기가 왕성하여 씩씩거리는 중에 누군가 손 끝 하나로도 그것을 잠재울 수 있다면... 그건 거의 순환기내과 의사 선생님 정도의 능력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문학가가 쓴 노랫말 중에 제일 좋아하는 곡 두 곡을 꼽으라면 나는 송창식의 <밤 눈>과 이남이의 <그대가 떠난다면>이라는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
<그대가 떠난다면>의 노랫말은 박범신 작가의 글이라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