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톤과 경주

by 이경



30년 넘게 음악을 들어오면서 충격으로 다가온 일들이 몇몇 있는데 그중 가장 탑급으로 하나를 꼽으라면, 나탈리 임브룰리아의 <Torn>이 나탈리의 원곡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던 때이다. (나탈리의 <Torn>이 나오고 10년이 훨씬 지나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심지어 나탈리의 <Torn> 이전엔 하나가 아닌 몇몇 버전들이 존재하는데, 지금 그 음악들을 다시 찾아들어 보아도 역시 나탈리의 버전이 가장 듣기 좋다.


어떤 음악은 과거의 한 시절을 조각처럼 퍼올려 떠올리게 하기도 하는데, 나에게는 나탈리의 <Torn> 같은 곡이 그렇다.


고교시절에는 지금의 음악 채널과 달리 MTV나 채널V 같은 방송에서는 종일 뮤직비디오만 틀어주기도 했는데,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 기차를 타러 가는 길 어딘가의 브라운관에서 나탈리 임브룰리아의 <Torn>이 흐르던 게 기억에 남아 있다.


누군가는 물병에 소주를 담아 오고, 누군가는 선생님 눈을 피해 기차에서 담배를 피우던 그날. 결국 한밤에 술을 마시다 선생님에게 걸려 잠 대신 토끼뜀을 뛰어야 했던 그날.


사실 그때의 나는 나탈리의 <Torn>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이 곡에 애정을 갖게 되었다. 그저 경주로의 수학여행을 생각하면, 짧은 머리의 나탈리 임브룰리아와 그 묘한 눈빛이 함께 떠올랐던 것뿐.


놀랍게도 고등학생 때 수학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단 한 번도 경주에 가보질 못했다. 25년 동안 단 한 번도. 요즘 경주는 그렇게 좋다는데. 나탈리 임브룰리아의 <Torn>을 듣다가 문득 경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몰래 술을 마실 필요도 없고, 토끼뜀을 시킬 선생님도 없는데.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떤 책을 먼저 팔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