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와 덴버

by 이경



오만하게 음악을 듣던 어린 시절에는, 몇몇 노쇠한 뮤지션을 보며 으으 저건 너무 구닥다리 같다, 내가 나이 들어도 저 뮤지션을 좋아할 일은 없을 거야, 했던 이들이 몇 있다. 대표적으로 누가 있을까... 일단 톰 웨이츠가 있겠는데, 삼십 대가 되고서 그 거칠고 쓰레기 같은 목소리에(칭찬임...) 뒤늦게 푹 빠져버리고는 나의 오만함을 반성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바로 존 덴버. 아니 존 덴버는 무슨 하는 음악도 컨츄리고 이름도 컨츄리고 아이고 어떻게 저렇게 촌스러울 수가 있나, 내가 아무리 나이 들어봐라 존 덴버를 좋아하나, 아이구우 촌스러워어어어 했었다.


그랬는데, 분명 그랬는데.


존 덴버의 곡 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좋아하게 됐던 곡은 <Leaving On a Jet Plane>인데, 존 덴버의 버전은 지금도 촌스러워서 잘 못 듣겠고, 영화 [아마겟돈] OST에 실린 샹탈 크레비아주크의 버전을 좋아한다... 에... 샹탈 크레이바주크는 캐나다 뮤지션인데... 아마 죽을 때까지 이름 스펠링을 외우지 못할 거 같다... 별로 외우고 싶지도 않고... 이름이 보자보자.... Chantal Kreviazuk 인데... 암튼 영화 [아마겟돈]과는 너무 잘 어울리는 곡이었고... (영화 제대로 못 봤음...) 며칠 전 서울시에서 노약자와 어린이를 우선으로 대피시키라는 문자를 받았을 때 생각난 곡이기도 하다. 응?


다른 한 곡이라면 역시 존 덴버의 최고 히트곡 <Take Me Home, Country Roads>가 되겠다. 어릴 때는 이 곡이 정말정말 너무 시골스럽고 촌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국내의 가장 우울한 앨범은 김현식 사후에 나온 병상 라이브 앨범 [Sick And Bed]인데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 바로 <테익미홈, 칸츄리 로드]였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김현식의 목소리는 마치 죽음을 앞두고서 집에 데려다 달라고 노래하는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곡 자체는 촌스러워서 잘 듣질 못했다.


그럼 내가 존 덴버의 <테익미홈, 칸츄리 로드>를 좋아하게 된 것은 언제인가. 바로 몇 년 전 영화 [킹스맨]에서 대머리 멀린이 지뢰를 밟고서 이 노래를 불렀을 때, 바로 그때였다.

발을 떼는 순간 죽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멀린은 생의 마지막으로 <테익미홈, 칸츄리 로드>를 부르는데, 그게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


김현식도 그렇고 대머리 멀린도 그렇고. 존 덴버의 <테익미홈, 칸츄리 로드>가 좀 그런가 봐. 생의 끝자락에 괜히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고, 옛날에 뛰놀던 산과 강이 생각나고... 여하튼 영화 [킹스맨]을 본 이후로는 존 덴버의 버전까지 좋아져 버려서, 이제는 어쩐지 듣고 있으면 몹시도 서글퍼지고 눈물이 핑 도는 트랙이 되어버린 것이다. 웨스트 버지니아와는 아무런 연고가 없지만 나이를 처묵처묵 하면서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상은 미프로농구 덴버 너겟츠의 우승 기념으로 최근에 존 덴버를 찾아 듣다가 생각난 이야기였다는 뭐 그렇고 그런... 덴버와 덴버의... 웅얼웅얼... 중얼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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