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서점에 들렀다가 음식과 관련된 만화책 두 종을 들고 왔다. 하나는 심모람의 <차린 건 없지만>이라는 책이고(꿀잼이던데 책 이야기는 훗날을 도모한다...), 나머지 하나는 조경규의 <오늘도 냠냠냠>이라는 책이다.
식자재가 어디서 오는지, 식자재 각각의 이름과 요리법이 우에 되는지 그런 건 모르고 오로지 처묵처묵 하기에만 최적화되고 특성화된 이경이라지만, 조금이라도 더 잘 처묵처묵 하기 위해서 이런 음식 만화를 꾸준히 보게 되는 것이다.
조경규의 <오늘도 냠냠냠>은 서울에 있는 음식점 중에서도 역사가 있고 뿌리가 깊은 오래된 식당을 소개하는 만화책인데, 가본 곳도 있고 못 가본 곳도 있어서, 가본 곳은 복습의 차원에서, 가보지 못한 곳은 언젠가 가보리라 하는 예습의 차원에서 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오늘도 냠냠냠>에 소개된 음식점 중에 이경이 가본 곳이 어디인고 하면 뭐 연남동 돼지불백 기사식당이라든가, 마포 굴다리 김치찌개 집이라든가, 동대 앞 태극당이라든가, 명동 교자라든가 뭐 등등이 있겠다. 책에는 몇몇 냉면집도 소개가 되었는데 압구정동의 한솔냉면과 중구의 평래옥이 그렇다.
요즘 하루의 낙이라면 출근해서 점심에 뭐 먹을까, 하는 거 정도인데 아침에 눈을 부릅 떴을 때는 문득 콩나물 국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출근길 등뒤로 뜨거운 태양빛이 작렬하면서 콩나물 국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은 마이클 조던이 페이드어웨이 하듯 점차 뒤로 물러갔고, 반대로 시원한 것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간헐천 오르듯 솟구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어제 잠들기 전까지 보았던 <오늘도 냠냠냠>에서 소개된 평래옥의 평양냉면이 눈에 아른 거리기 시작하였다는 이야기. 그리하여 오늘의 점심은 급 콩나물 국밥에서 평래옥 평양냉면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이야기. 물론 중구에 있는 평래옥은 아니고, 여의도 IFC몰 옆에 있는 여의도점 평래옥 되겠다.
사실 평래옥은 평양냉면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집으로, 가끔 한 번씩 들러 먹고는 하는 집이다. 그렇다고 내가 뭐 남들처럼 평양냉면 부심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평양냉면 육수를 가리켜, 에에, 그거 완전 걸레 빤 물 아니냐, 냉면이라고 하면 함흥 비냉이 최고 아니냐 하는 혹자의 의견에도, 오 그것 참 그럴듯한 말씀인데요,라고 할 정도로 열려 있는 사람이다 이겁니다, 네네.
<오늘도 냠냠냠>에서는 평래옥의 장점 등을 잘 써놓았는데, 평래옥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다른 냉면집에서는 내지 않는 닭무침을 찬으로 준다는 것 아니겠는가. 식자재의 수급이 원할치 않아 리필은 아니 된다는 바로 그 마성의 닭무침! 새콤한 닭무침과 시원한 평래옥 냉면을 생각하면서 이 무더운 날씨에도 룰루랄라 하면 평래옥으로 향하였으나, 아뿔싸.
식당 앞에서 나를 맞이한 것은 7월 1일부로 여차저차하여 음식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안내문이었다. 기존 13,000원 하던 평양냉면이 14,000원으로 상승.
가게 앞에 당도하면 당당하게 문을 열고 자리에 앉자마자 물냉면을 시키리라 다짐했던 나는 가격 인상문을 보고서는 예정에 없던 화장실에 들러 마렵지도 않은 소피를 누게 되었다. 그것은 소피를 위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과연 14,000원이란 돈을 내고서 평양냉면을 먹어야 하는가 하는 고찰을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남들은 걸레 빤 물이라고도 표현하는 이 평양냉면을... 14,000원이나 주고서...
하아... 뭐, 그래도 평래옥은 다른 평냉집에 비해서 사리를 많이 주니까. 원하면 육수도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닭무침이 있으니까. 오늘은 식초 많이 뿌려 먹어야지 하는 따위의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가격 합리화를 이루면서 결국 나는 예정에 없던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금 당당히 평래옥에 들러 시원한 물냉면을 벌컥벌컥 마시며, 오늘도 점심, 마음에 점을 하나 찍으며...
이상, 평래옥 가격이 천 원 올랐다는 소식을 전해드리며...
이상, 식초를 많이 먹어서 몸이 부드러워진 이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