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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이야기

by 이경


작년 10월 지인으로부터 "책 한번 써봐라"는 권유를 받고 조각 글과 새로 쓴 글을 모아 올 1월부터 출판사에 투고를 했습니다.


그때는 40 꼭지. 돌이켜보면 개똥망 같은 원고였어요. 원고를 뜯고 맛보고 찢고 붙이고 떼내고 하면서 5월부터 70여 꼭지로 투고를 했습니다. 5월부터 출판사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제 원고를 좋게 봐 주신 한 출판사에서 출간 계약을 제안해 오기도 했습니다. 나름 알려진 종합출판사였고 대표님도 좋았어요.


대표님이 제 원고를 가리켜 "집중해서 읽을 수밖에 없는 좋은 글"이라고 칭찬해주셔서 어이구야 감사합니다 하고 출판 계약서 초안을 주고받았습니다. 세부 내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출판사의 영업팀장이 시장조사를 해본 결과 출간 후 마케팅, 광고를 했을 때 손익분기를 넘길 수 있는가를 생각했을 때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대답.

그렇게 처음으로 컨택이 되었던 출판사와 계약이 틀어졌어요. 고백하자면 마음의 상처 되게 많이 받고 되게 많이 울었습니다. 출판사와는 악감으로 일이 틀어진 게 아니라 지금도 메일을 주고받습니다. 조만간 만나서 막걸리 같이 마시기로 했어요.

비슷한 시기에 철학서적만 집중적으로 내는 출판사에서도 미팅 제안이 있었어요. 제 원고는 음악 이야긴데
자기네들은 음악 관련 서적을 내 본적이 한 번도 없으니 출판사에 오셔서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제안.
그때 이미 전 출간 계약서가 오가던 중이라 미팅을 거절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미팅을 했어야 했다... 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암튼 철학서적 중심의 출판사에서도 반응을 보인 걸 보면 내 원고가 이제는 아주 개똥망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지난달부터 다시 투고를 하고 있고 한 일인출판사 대표님이 피드백 주시길 편집자는 투고 원고를 읽을 때 원고의 편집 방향, 디자인, 마케팅을 고려하여 읽을 수밖에 없는데 제 원고를 읽을 때는 완전 무장해제되어 읽었노라 얘기하셨어요. 좋은 의미로. 그런데도 계약은 불발. 제 원고를 보고는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가 생각났다고도 하셨어요.

2주 전에 한 출판사에 투고를 했고 메일 수신확인 한지 50여분 만에 답장이 왔습니다. 내일이나 모레나 글피에 만나자는 제안. 50분이면 원고를 많이 읽어봐야 절반 정도 읽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고가 용두사미로 읽혀서 훗날 대표님이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을 보고 싶진 않아 미팅을 일주일 미뤘습니다. 그 미룬 일주일이 지난 금요일이었어요. 지난 금요일 출판사 대표님과 미팅을 했습니다.

대표님 왈. 원고 투고자에게 미팅 제안했는데 원고 끝까지 읽어보고 만나자고 말한 사람은 제가 처음이었대요.

뭐 제가 쓴 글 때문에 출판사가 망하면 안 되잖아요. 암튼 투고하면서 이런저런 요런조런 일들을 겪고 있고 출판사 미팅도 하고 원고도 뜯어고치고 있습니다.


아직 딱! 출간 계약을 맺지는 않았어요. 몇몇 출판사와 이야기는 오가고 있지만 제 원고의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책 한 권 내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투고 과정을 글로 써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ps. 구독자가 많지 않은 브런치 계정이라 별 상관은 없겠지만, 브런치에 올렸던 글 절반을 지웠습니다. 글을 좀 다듬고 나중에 다시 올려놓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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