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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계약금

by 이경



점심 먹고 룰루랄라 산책 삼아 영풍문고에 들러 글쓰기책 코너에 가보았다. 한 출판기획자라는 사람이 쓴 책을 집어 들고서 계약금 어쩌고저쩌고 하는 꼭지를 읽어보았는데, 내용인즉슨 출간 계약을 한다고 무조건 계약금을 받는 것은 아니며, 인세나 계약금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계약 자체를 놓칠 수 있으니, 일단은 계약에 우선하라는 내용이었다.


같은 내용을 두고서 장강명 작가는 자신의 책을 통해 인세 10% 미만으로 주는 출판사는 거르라고 했던가? 이거 너무 재밌지 않나. 책이라는 같은 물건을 두고서 한쪽에서는 계약금 신경 쓰지 말고 책부터 내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계약금은 물론 인세 10%를 중요하게 여기는 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하고픈 말은 많지만 싹 잘라내고, 아니, 명색이 출판기획자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출간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계약금을 안 주려는 출판사를 만나면, 그런 출판사는 개똥망 같은 출판사이니까 피하라고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저자에게 계약금도 안 주려는 출판사가 책이라고 제대로 만들어 줄까? 계약금도 안 주는데 계약서는 왜 쓰는 거여? 그게 노비문서지 무슨 계약서여? 출판기획자면, 개똥망 같은 출판사를 피해서 올바른 출판생태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되는 거 아니냐... 신인 저자는 책도 잘 안 팔리니까 인세 7프로든 10프로든 별 차이 없다. 그니까 인세 크게 신경 쓰지 말고 책 계약을 우선 하자, 하는 내용을 책에 쓸 수 있는 그 용기가 너무 대단한 거 같아... 출판기획자라며... 이거 그냥, 헤헤 여기 내가 일하는 바닥이 아주 개똥망 같은 곳이라구, 하고 제 얼굴에 침 뱉는 거 아닌가. 책 사서 읽어보고 대차게 까고 싶은데 책값이 너무 아까울 거 같어...


출간을 희망하는 지망생 여러분들... 계약금 안 주려는 출판사가 계약하자걸랑 귀빵맹이를 쳐올리시고 도망치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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