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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헤헷

by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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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지난주 어느 날 제가 이런 dm을 받았는데영. 헤헷 작가의 삶이란, 헤헤헤헷.


암튼 도서관 사서님으로부터 작가와의만남을 진행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서는, 로맨스스캠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능, 아 그러시면 저에게 메일을 주십시오... 했는뎅 주말에 메일이 왔습니당, 헤헷.

메일 오자마자 바로 막 열어보면 좀 없어 보일 것 같아가지궁, 헤헷, 부러 몇 시간 있다가 메일을 열어보았는뎅... 헤헷.


나는 이제 메일이 오면은 정중하고도 완곡하게 거절을 해부려야징, 헤헷, 아이참, 사서 선생님 저에게 이런 좋은 기회를 제안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지만서도,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 해야지 싶었는뎅, 사서 선생님이 징짜 그런 예정된 마음을 모두 불살라 녹여버릴 정도로 애정을 담아 메일을 주셨다능... 헤헤헤헷...


사실 나는 무슨 책을 보시고 연락을 주신 건지도 몰랐는뎅...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 보시고 연락을 주신 거라고... '음악', '위로', '힐링' 같은 단어를 키워드로 잡아서 강연 진행하면 어떨까 하셨다는뎅... 이경이경은 냉혈인간이라가지궁 책에서 힐링 위로 이런 거 얘기하면 너무너무 싫어하는뎅, 헤헷, 내가 막 억지루 위로가 되어랑~ 힐링이 되어랑~ 하는 것도 아니고 책 읽어주신 분이 스스로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었다고 하면 그건 모 내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묘, 헤헤헤헤헤헷.


암튼 사서 선생님이 프로그램 기획하시다가 도서관에도 책을 비치하고, 직접 사서도 보셨다면서... 헤헤헤헤헷, 글이 담백하고 재밌고, 또 뭐라고 하셨더랑, 헤헤헷, 다정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또 에세이의 매력을 마구 느낄 수 있는 감성적인 글들이어서 책을 읽으며 편안하고 따뜻했다묘... 헤헤헤헤헤헤헤헷, 곡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들이 너무 너무 재밌었다.... 책을 읽으며 음악과 노래가 가진 힘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묘... 헤헤헤헷, 아 징짜 이런 식으로 메일을 주시면 암만 작가 강연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나라고 하더라도, 헤헤헤헷 사서님, 사서님이 제안해 주신 그 프로그램 제가 꼭 해내도록 하겠습니당,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야요... 헤헤헤헤헤헷.


많은 작가들이 이런 메일을 받을 때, 먼저 돈 얘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고도 하던데, 메일에 예산은 얼마다, 하고 깔끔하게 적어주신 것도 좀 짱짱인 거 같고... 특히 메일 마지막에는 책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을 볼드 먹여서 적어주셨다능... 사서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은 늘 이런 식으로 작가들을 홀려 오신 것입니까아...


근데 이경이경 독자들 모아서 떠들어본 적도 없고, 다른 작가 선생님들 북토크에도 참여해 본 적 없어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묘... 그냥 얼굴만 믿고서 90분 동안 양손으로 턱을 괴고서는 생긋생긋 방긋방긋 웃으며, 네네, 여러분들 저예요, 제가 바로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를 쓴, 여러분들에게 글과 음악으로 위로와 힐링을 전해드리는 이경인 것이야요... 하면 되는 건가아앙. 헤헷헤헤헷. 징짜 모르겠넹, 헤헤헤헷.


사실, 이경이경이 북토크 등의 활동을 자제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경의 얼굴이 드러남으로써, 그 모야, 글이 과소평가받는 게 두려워져 가지고, 응? 아무래도 외모가 너무 뛰어나버리면 글을 아무리 잘 써도, 글이 과소평가받기 마련이니까능, 될 수 있으면 얼굴을 까지 않고서 오로지 필력으로만 독자와 승부를 보겠다! 했던 것인뎅 헤헷, 거꾸루 생각하면 많은 작가 선생님들이 포토샵으로 얼굴을 속이고오, 프로필에는 늘 측면으로 승부를 보는 와중에, 나 정도 얼굴을 가진 사람이 이런 외부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크나큰 국가적 손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경이경 이 제안을 시작으로 이제는 본격적으로 강연의 세계에 뛰어 들어가지구서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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