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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지망생 추천 소설

by 이경



오프라인에서 책을 살 때 좋은 점 중 하나라면, 책에 날짜가 적힌 도장을 찍어준다는 것이다.


<작가 형사 부스지마>는 2018년 6월 10일 영풍에서 샀던 모양인데, 판권에 적힌 인쇄일이 18년 6월 11일이니, 그야말로 출간되자마자 샀던 책이다.


2018년 6월이면 한참 작가를 지망하던 때였는데, 책 띠지에는 '작가 지망생이 읽어서는 안 될 책!'이라고 적혔으니, 얼마나 흥미가 일었겠는가.


결론만 얘기하면 이 책 정말 재밌다. 작가 지망생 때 봐도 재밌었는데, 작가 입장에서 보면 그 재미가 한 50배는 올라갈 수 있는 책이라능.. 지망생 시절에는 씁쓸한 웃음이었다면, 이제는 비웃음을 동반하며 볼 수 있는... (운운...)


오랜만에 꺼내서 첫 꼭지만 읽었는데 진짜 너무 재밌네... 헤헤헤헷. 작가 지망생들 필독서로 지정해서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겐 강제로 읽게 만들고 싶은 책이라능...


첫 꼭지부터 자의식 과잉에 빠진 글쟁이들이 나와서 헛소리 해대는데, 현실 세계의 글쟁이들이랑 겹쳐서 정말 너무 재밌다능...


아래는 첫 꼭지에서 꼽아본 문장들.


*좌우간 문장에 서툰 사람이 어째서 신인문학상에 응모하는 것일까? 운동을 못하는 사람이 운동경기에 출전하려는 것과 같지 않은가?


*소설 쓰기 강좌에선 소설 쓰는 방법이 아니라 책상 내리치는 방법을 가르치는 걸까?


*"저는 창작자가 되기 위해 태어났어요."


*"작가 지망생들은 모두 저렇게 성격이 삐뚤어졌어요?"


*"제대로 된 사람은 별로 없지. 평범한 사회생활에 불만이 있어서 소설을 쓰려는 치들이니까."


*아이돌을 꿈꾸는 사람은 용모가 특출하다거나 노래에 재능을 지닌 사람이고, 스타 선수가 되려는 사람 역시 운동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죠. 그런데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90퍼센트 이상이 재능도 없고 끈기도 없습니다. 게다가 자각도 없고요.


*그 당시 읽은 원고의 일부가 떠올랐을 뿐인데 속이 울렁거리네요.


*흔히들 한 사람의 일생은 한 편의 소설이 된다고 하지. 하지만 당신 인생은 별로 재미없어.


*소설 쓰기 강좌 같은 건 작가가 되는 지름길도 뭣도 아니야. 아니지, 수강생들에게 괜히 이상한 꿈이나 심어주고 돈이나 갈취하니까 사기 같은 거라고 볼 수 있지.


ㅋㅋㅋㅋㅋㅋ


진짜 한 줄 한 줄이 너무 다 깨알 같고 재밌다능.

작가 지망생들에게 진짜 추천하는 책.


기분 나빠지거나, 낄낄 거리고 웃거나.

추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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