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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지망생과 월플라워

by 이경




한동안 너무 개똥망 같은 글을 읽어서, 오늘은 눈과 마음을 정화할 겸 좋아하는 소설 <월플라워>를 다시 읽었다.


대 소년의 성장기인데, 보고 있으면 시종일관 우울해서 마음이 몽글해지는 책이다. 그리고 밴드 더스미스(The Smiths)의 'Asleep'에 빠지게 되는 책이기도 하고.


이 책이 나에게 특별한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무엇보다 소설의 주인공 찰리가 작가 지망생이란 점이 크겠다.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샘이 찰리에게 타자기를 선물하면서, '언젠가는 내 이야기를 써줘.'라고 말하고, 찰리가 '그렇게 할게.'하고 대답하는 부분이다.

이상하게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은 장면이랄까.



아마도 내가 작가를 지망하던 시절, 책을 준비하면서 읽었던 소설이라 더 애틋한 거 같기도 하고.


책 바닥에 찍힌 구매일을 보니 2019년 7월 8일이다. 어떤 책이나 음반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어디에서 샀는지 기억이 생생하다.




소설 <월플라워>는 이제는 사라진 여의도 신영증권 반디앤루니스에서 샀다.

(그곳은 이제 문학동네에서 운영하는 카페꼼마가 되었다.)


그리고 소설 <월플라워>를 산 그 이튿날인 2019년 7월 9일은 내가 첫 책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날이다.


작가 지망생에서 작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출간 계약일의 전 날, 그렇게 서점에 들러 <월플라워>를 사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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