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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와 가와바타 야스나리

by 이경



언제부턴가 개똥망 같은 글을 읽은 날에는 다자이 오사무를 꺼내 읽게 된다.

(나는 '언제부턴가' 와 '언젠가부터' 하는 두 표현 사이에서 고민하는 일이 재밌다...)


여하튼, 다자이 오사무가 살아생전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두 차례 정도 서한을 띄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번은 자신에게 아쿠타가와 상을 달라며 빌빌 거리고 굽신굽신 했던 것이고, 또 한 번은 문예지에서 자신을 비평한 가와바타에게 배때기를 쑤시네 어쩌네 했던 것.


나는 당연히 순서가, 빌빌 굽신굽신 했다가, 배때기를 쑤시겠어 했던 건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다...


<이십 엔, 놓고 꺼져>


<다자이 오사무 서한집>


다자이가 가와바타에게 굽신했던 내용의 서한은 읻다 출판사에서 나온 <다자이 오사무 서한집>에 실렸는데, 1936년 6월의 일이었고, 가와바타에게 항변(?)하는 내용의 글은 소와다리 출판사에서 나온 <이십 엔, 놓고 꺼져>에 실렸는데 1935년 8월로 소개된다.


이 순서가 맞다면 다자이는 가와바타에게 실컷 항변한 이듬해 제발 자신에게 문학상을 달라고 태세를 전환했던 것... 아아 비굴하다 다자이... 권력이란 무엇인가, 돈이란 무엇인가, 생활비란 무엇인가...


다자이가 가와바타에게 제발 자신에게 문학상을 달라고 빌빌거렸음에도 다자이는 아쿠타가와 상을 받지 못했으니, 아마 가와바타 야스나리와의 사이는 계속 좋지 못했던 게 아닐까 싶고...


그나저나 소와다리 출판사 사장님은 이제 책을 안 만드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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