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원인은 암이었으며, 투병 한 달 만에 별세하였다고. 병이 발견되고 입원하기 전에, 이번 일을 극복하고 나면 굉장한 만화를 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는데, 결국은 그 굉장한 만화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어떤 암이었길래 투병 한 달 만에 생을 달리하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고인이 87년생이라고 하니 이제 겨우 삼십 대 중후반의 나이인데 그 재능이 너무 아깝기도 하다.
아티스트였던 고인을 위해 추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고인이 남겨두었던 작품을 접하는 수밖에.
아주 예전 <사카모토입니다만?>을 재밌게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미기와 다리>라는 작품이 있는지는 이번에 알게 되었다.
생각했던 내용과는 조금 달라서 당황스럽지만, 뭔가 괴기하면서도 재미난 구석이 있는 만화다.
(일단 난 표지만 보고 미기와 다리가 여잔줄 알았는데 남자였다는...)
만화를 볼수록 고인의 이른 죽음이 더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고...
2.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추천사를 보고 책을 사는 경우 거의 없는데, 현존하는 최고의 만화가라 생각되는 와야마 야마의 추천이 띠지에 써있어서 들고 왔다... 야! 내가! 와야마 야마의 팬이다아아!
암튼, 러시아에서 수영하고 온, 희한하게 말을 할 줄 아는, 새 비슷하게 생긴 '쿠지마'와 함께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뤘는데... 이상하게 힐링이 된다?????
만화 그림체도 와야마 야마랑 좀 닮은 거 같고...
쿠지마 처음 볼 때는 좀 징그러웠는데, 자꾸 보다 보니까 좀 귀여운 거 같고... 몰라몰라, 와야마 야마 선생님이 추천했으니까 이건 분명 좋은 만화가 아니겠는가, 뭐 대충 그런 생각으로 저는 작품을 보았던 것이야요.
3. <계시록>
<지옥>에 이은 연상호 * 최규석의 두 번째 합작품인 <계시록>. 주말에 서점에 갔는데 만화 신간 코너에 재고가 한 권뿐이어서 불안증세를 느끼고는 들고 온 책이다...
나는 연상호, 최규석 두 사람이 어떤 인연인지 몰랐는데 대학시절부터 함께 했었다고...
<지옥>은 1권만 사놓고 완독을 못했는데, <계시록>은 한 권짜리 만화라서 그런지 가볍게 완독 했다. 근데 그 내용만큼은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
목사, 형사, 전과자를 둘러싼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띠지에 적혔는데 보면서 선과 악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능. 누가 착한놈이고 누가 나쁜놈인지. 그렇게 구분을 짓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 일인지.
근데 연상호 아죠씨는 유독 사이비 종교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네... 이번 작품도 영상화되겠지? 영상으로 접하면 더욱 끔찍한 느낌이 들 것 같기도 하고.
4. <슈퍼 뒤에서 담배 피우는 두 사람>
소설이든 에세이이든 만화책이든 모든 책을 통틀어, 진짜 오랜만에 설레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두근두근 합이 네 근이오...
중년 남성 사사키에겐 직장 스트레스받으면서 유이(?)하게 힐링하는 방법이 있으니, 하나는 야마다가 카운터에서 일하는 슈퍼에 들르는 것과, 그 슈퍼 뒤에서 타야마와 담배를 피우는 일인데...
내가 보자보자, 지금이 8월이니까 금연 29개월 정도 된 거 같은데... 보고 있자니 담배가 너무 피우고 싶어지는 만화라능...
담배의 여러 가지 장점 중에 하나는 같이 담배를 피움으로써 아이스브레이킹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담배 피우는 편집자가 있다면 같이 담배 피우는 것도 좋겠고... 짜장면 먹고 피우는 담배도 너무 좋겠고... 만화에서 비 오는 날 담배 피우는 장면 나오는데... 하아... 진짜 환장하네... 담배가 너무 당기는 만화라능...
근데 그거 말고도 만화 자체가 너무 좋은데? 사사키 또래의 (나 같은) 사십 대 중년 남자들에겐 좀 판타지물 같기도 하고. 몰라몰라 너무 알콩달콩하고 좋은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