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향하면 빗나간다

너를 향한 마음

by 이경


'향하면 빗나간다'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면서 몇몇 출판사 대표자나 편집자와 인연을 만들기도 한다. 투고했던 한 출판사 대표님과도 몇 번 메일을 주고받을 기회가 있었다. '향하면 빗나간다'는 그 대표님이 글에서 자주 쓰는 문장이다. 때로는 새로낸 책의 판매가 예상보다 적을 때 쓰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 나온 책을 홍보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향하면 빗나간다'는 관용어가 원래 자주 쓰였던 말이거나 이름 모를 유명인의 명언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장의 뜻을 생각해보면 참 서글프다. 세상살이가 그렇다. 향하는 것은 빗나가기 십상이고, 전혀 예상치 않았던 부분에서 성공의 길로 향하기도 하는 법이니까.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처음부터 빌보드 같은 세계 시장을 향하진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때로는 운칠기삼이 아닌 운십기빵으로 생각지도 못한 성공이 이뤄지기도 한다. 물론 싸이나 방탄소년단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얘기는 아니다. 그만큼 세상은 늘 향하면 빗나가는 법이다.


비단 일이라는 것에서만 그럴 것은 아닐 테다. 누군가를 향하는 마음이 가닿지 못하고 빗나가기 시작하면 그때 우리는 '짝사랑'이나 '외사랑'이라는 서글픈 단어를 사용한다. 누군가를 향하는 마음을 노래한 곡이 있다. 이승환 2집에 실린 <너를 향한 마음>은 헤어진 연인을 향한 마음을 노래한다.


처음부터 <너를 향한 마음>을 좋아하진 않았다. 90년대 초반 느낄 수 있었던 특유의 감성이 발표 당시에는 무척이나 촌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촌스러움은 세월이 흘러 낭만이 되곤 한다. 오랜 세월이 흘러 <너를 향한 마음>을 듣고 있노라면 다시 볼 수 없을 90년대의 풍경이 떠오르기도 한다.


곡 속 화자는 변함없이 상대방을 기다린다.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며 한 번쯤 우연히 재회하길 바라기도 하고, 골목길을 지나면 만날 수 있을지 생각하기도 한다. <너를 향한 마음>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은 '만나 지려나'라는 표현이다.


'영화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일까 저 골목을 돌면 만나 지려나'


글쓰기 조언을 보면 많은 이들이 수동태가 아닌 능동태의 문장을 쓰라고 한다. 하지만 이승환이 <너를 향한 마음>에서 노래 부른 이 표현에서 만큼은 예외로 해두었으면 한다. '만나 지려나'라는 표현에는 화자의 소망과 희망, 애절함이 덩어리 져 있다. 몇 번을 생각해도 대체 불가한 좋은 표현이다. 만나 지려나. 만나, 지려나.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던, 책을 내는 출판사 대표의 마음이던, 출판사에 투고하는 저자의 마음이던. 혹은 이승환의 노랫말처럼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던 늘 향하면 빗나가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향해야 한다. 조준점을 다른 곳으로 트는 이상 목표는 사라진다. 향하면 빗나간다는 것은 무척이나 슬픈 일이지만, 무언가를 향하는 마음 자체는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답지 않나. 나 역시 오늘도 세상 무언가를 향해 선다.



이승환 - <너를 향한 마음> 中


너를 향한 마음은 언제나 변함없어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하여도

언젠가는 한 번쯤 너를 기억할 거야 초라한 모습만 남게 되겠지

한 번쯤 우연히 만날 것도 같은데 닮은 사람 하나 보질 못했어
영화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일까 저 골목을 돌면 만나 지려나



- 음악 뒷이야기-


<너를 향한 마음>은 어수은이 작사, 작곡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던 어수은은 이승환에게 몇 곡이 담긴 데모를 보냈고, 이승환은 그중 <너를 향한 마음>과 <회상이 지나간 오후>를 채택하여 2집 앨범에 수록했다. 지금처럼 저작권이 강하지 않던 시대였기 때문일까. 이승환의 프로덕션이 변경되면서 이승환과 어수은은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훗날 곡이 히트하고 나서 어수은은 이승환 측에 저작권 관련 소송을 걸었다고 한다.


소송의 여파였을까. 이승환의 베스트 앨범 등에서는 <너를 향한 마음>이 초판에만 실려있고, 그 후에는 빠지기도 했다. 곡이 가지고 있는 낭만과는 별개로 곡을 둘러싼 상황만큼은 그리 아름답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역시 향하면 빗나가는 것일까. 그럼에도 여전히 <너를 향한 마음>은 아름답고 훌륭한 곡이지만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태양의 서커스 [쿠자]를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