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메일 한 통이 왔다.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에서 언급한 어느 뮤지션이 소속된 회사의 A&R 팀으로부터 온 메일이었다. 나는 메일의 발신처를 알고서는 가슴이 쿵쾅거렸다. 아아, 이것은 분명 책에서 뮤지션을 언급한 나에게 항변을 하기 위한 내용이 아니겠는가... 호달달달달... 큰일이군... 큰일이야... 호달달달달달...
뻥이고 A&R 팀에서 온 원고 청탁 메일이었다능.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를 읽었다면서, 새로 나올 음악 관련 글 하나를 써달라는 요청 메일.
아아, 작가의 삶이란... 헤헤헷...
십수 년 전에 몇몇 앨범의 보도자료를 쓰긴 했지만, 그때는 돈도 안 받고 그냥 내가 좋아서 한 일이었다. 이번에는 회사에서 먼저 고료 이야기를 꺼낸 것을 보고서는, 이쪽 시장도 나름 많이 발전(?)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닌가아아, 모르겠네.
아무튼 어제 음원 파일과 가사가 도착했다.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음악과 가사를 미리 접할 수 있는 건, 음악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특별한 경험이기도 하고. 음원 발표일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있지만, 오늘 원고를 써서 보냈다.
전에 한 에세이스트의 글을 읽었는데, 무슨 내용이냐면 이런 청탁 의뢰를 받았을 때, 마감일 전에 글을 완성했어도 꼭 마감일에 원고를 보낸다는 글이었다. 그래야 글을 의뢰한 사람이 깔 수 없고, 반드시 자기가 쓴 글을 쓰게 된다나. 어떤 작가가 쓴 글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그는 그게 프로다운 거라고 말했다.
나는 그게 정말 프로다운 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글을 보내고서, 내 글이 맘에 들어서 사용하게 되면, 그때 고료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혹시 글이 영 글러먹었거나 내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글을 썼다면 피드백을 달라고 했다.
글이 까이는 건 두렵지만, 원고 의뢰자가 맘에 들어하지 않는 글을 억지로 사용하게 되는 건 훨씬 더 두려운 일이다. 타인의 작업 방식을 탓하려는 건 아니지만, 나는 아무래도 자신의 '못쓴 글'을 두려워하는 쪽이 훨씬 프로다운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근데 진짜 까이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