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내 방을 아들 1호에게 넘겨주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방에 있던 내 책을 거의 다 뺐다.
방 없는 자의 서러움이란...
버지니아 울프여... 글 쓰는 여성에게만 방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중년의 유부남에게도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아아...
암튼 그렇게 뺀 책들을 우에 할까 하면서, 한동안은 거실에 쌓아두다가, 결국 우리 집보다 넓은 부모님 집으로 조금씩 옮기기로 했다.
먼저 당분간은 거의 열어볼 일 없을 것 같은 그런 책들을 옮기고 있다. (중고서점에 팔아도 똥값도 안 나올 만화책 등등) 오늘도 본가에 책을 좀 들고 가 책 정리를 하는데 책장에서 위기철의 <반갑다, 논리야>가 나와서 찍어보았다.
초딩 때에 이 시리즈의 인기가 정말 대단했던 기억이고, 그 인기 덕분인지 나도 이 논리 3부작을 초딩 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아마 '모순'의 유래를 처음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와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을 두고 모순이라지?
요즘 문해력 관련 이야기가 많은데, 위기철의 논리 시리즈만 읽어도 문해력이 아주 조금은 좋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문해력뿐만 아니라 논리 없이 글을 쓴다거나, 일관된 주장을 펼치지 못하고 자기 상황에 따라 수시로 말을 바꾸는 사람들이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요즘 주변에서 이런 사람들이 보여서 괴롭다...)
마침 올 3월에 사계절 출판사에서 이 책들을 새로 내놓기도 했던데.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같은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게 어쩐지 좀 멋있다는 생각도 든다.
3,500원이라는 가격도 반갑고(?) 판권 페이지에 붙은 인지도 반갑다. 요즘엔 '인지'를 붙일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인세'의 인자를 사람人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은 듯하다. 아마 시간이 갈수록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더 늘어날 것 같고. (보다시피 도장 印을 쓴다.)
이때 사계절 출판사는 종로에 있었고, 지금의 강맑실 대표가 이 시절엔 대표가 아니었구나 하는 것도 생각하니 재밌다.
참고로 나는 강맑실 대표와 배우 강말금의 이름을 자주 헷갈린다. 강말실, 강맑음 등등으로 헷갈리기도 하고, 아예 출판사 대표와 배우 두 분의 이름을 바꿔 생각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