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서점에 들러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좀 읽어보려고 책을 하나 들었다가 그대로 놓은 적이 있다. 작가 소개 글에서 에도가와 란포의 생년 숫자가 틀리는 바람에 사망일보다 출생일이 더 늦은 것으로 표기된 오류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떻게 책의 날개부터 이렇게 틀려먹을 수가 있을까.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에게 책이라는 건 그렇다. 표지와 책날개, 책의 목차나 본문 초반에 오류가 튀어나오면 일단 그 책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다. 작가와 편집자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띄어쓰기 같은 것은 대체로 문제 삼지 않는다. 다만 맞춤법이나 팩트가 어긋나는 부분이 책 초반에 튀어나오면 어쩔 수 없이 거슬린다. 에도가와 란포의 책을 들었다가 놓아버린 것처럼, 읽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지는 것이다.
인터넷서점에서 곧 출간 예정이라는 자녀 교육 관련 책의 미리보기를 보았다. 관심 있게 지켜본 저자(?)의 책이었거든. 근데 미리보기로만 보았는데도 오류가 적잖이 나와서 나는 조금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출간이 안 된 책에서 이렇게 오류가 눈에 띄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내가 책의 저자라면 진짜 열받을 거 같은데 싶기도 하고...
이 책이 저자 첫 책이던데. 혹여나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2쇄 때 고치시길 바라며(2쇄를 찍으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류 내용을 알려드리자면...
이거 책 뒤표지인데... 책이 CQ, SQ, EQ, AQ, NQ 암튼 이런저런 큐큐큐에 대한 책인 거 같더라고... 근데... 다른 지수는 다 Quotient 라고 썼는데... 왜 공존 지수는 Quotiont 라고 썼을까... 내 책도 아닌데 너무 안타깝네...
목차에서도 Quotiont 틀리고... 뒤표지도 틀리고 목차도 틀린 거 보면 그냥 복붙 해서 쓴 거 같은데. 애초에 저자가 틀리게 쓴 건지, 편집자가 옮기는 과정에서 틀리게 쓴 건지는 모르겠다. 누가 쓰든 몇 차례나 교정을 봤을 텐데, 어떻게 이런 부분을 놓쳤을까...
미리보기로 보면서 제일 재밌었던 부분... 책의 첫 꼭지가 창의성에 관한 내용인데, 오탈자가 창의적으로 나온다능... creative에서... t가 빠지기도 했고, i의 위치가 틀리기도 했고... 이게 책 거의 본문 첫 문장인데...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라... 크리애비... 이게 자녀 교육 관련 책이니까능... 혹시 창의적인 아버지를 뜻하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신 건가 싶기도 하더라고...(아님...) 크리애비... 음...
폴 토랜스 교수가 만든 TTCT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확하게는 test가 아니라, tests 라능...
뭐 test든 tests든 그게 뭐 중요하겠냐 싶기도 하겠지마능.
그래도 토랜스 교수가 테스트 하나만 만든 게 아니라 여러가지를 만들었는데, 책에 단수로 표시된 걸 보고 있으면 하늘나라에서 좀 화가 나지 않겠냐능.
이렇게 미리보기로만 보았는데도, 어 이거 좀 치명적인 오류 아닌가 싶은 내용들이 있어서 진짜 좀 안타깝네. 책 뒤표지와 목차와 본문 초반의 오류들이니까능... 편집자와 저자가 교정을 우에 본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 정도면 저자가 편집자와 대화를 좀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따지고 보면 다 영어 관련 오류들이라서, 책에서 이런 오류가 얼마나 더 많이 나올지도 모르겠고. 그냥 불필요한 영어를 덜 썼으면 어땠을까?
저자께서는 책 출간도 되기 전에 이렇게 오류를 알리는 내가 몹시 밉기도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