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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나

by 이경


작가의수지.jpg 모리 히로시 <작가의 수지>


모리 히로시라는 일본 작가가 쓴 <작가의 수지>라는 책이 있다. 글을 써서 어떤 경로로 어느 정도 벌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인데, 책이 나온 지도 오래되었고, 일본과 한국의 출판 시장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 많다 보니 그저 일본의 상황은 이렇구나 하고서 참고만 할 뿐, 한국 출판 시장을 생각하면서 읽기에는 조금은 아쉬운 책이었다.


무엇보다 모리 히로시는 20여 년 가까이 작가 생활을 하며 200권이 넘는 책을 쓰고, 1400만 부가 넘는 책을 팔아 치운 인물이었다. 그러니 많은 이들이 글을 쓰며 얼마나 벌 수 있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열었다가, 모리 히로시의 왕성한 저작 활동에 놀라 책을 덮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일본의 독서 인구가 한국의 두 배쯤 된다는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 20여 년 동안 계속 글을 쓰며 천만 부가 넘는 책을 팔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내 꿈도 언젠가는 글만 써서 생활할 수 있는 '전업작가'인데, 어쩌면 평생 이룰 수 없는 꿈일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수지'를 논하기엔 글을 써서 벌 수 있는 돈이라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니까.


내가 처음으로 취미를 넘어 외부에 보이기 위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나이 서른 쯤에 시작한 음악 웹진에서의 글쓰기였는데, 그때도 고료는 없었다. 그저 음악 듣는 걸 좋아하고, 글을 쓰는 게 좋아서 했던 일. 그때 고료가 있었다면 더 신이 나서 글을 쓸 수 있었겠지만, 그 시절의 글쓰기를 후회하진 않는다. 덕분에 글쓰기 근육을 키울 수 있었고, 마감의 압박을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있었으니까.


글을 쓰며 돈이 생긴 것은 그야말로 책을 목표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였다. 지금까지 총 다섯 종의 종이책을 내었는데, 모두 계약금(선인세) 100만 원에 인세는 10%였다. 이 글을 읽는 이들 중에 출간 계약을 했거나, 이미 출간을 한 사람들 중에서는 내 계약 조건을 보면서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출판업계에 발을 담그고 나서야, 표준 금액이라 생각했던 선인세 100만 원이나, 인세 10%에 미치지 못하는 계약을 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특힌 신인 저자라는 이유로 7% 정도의 인세로 계약하는 이들도 많은 것 같고, 나쁜(?) 출판사의 감언이설에 속아 자비출판이나 다름없는 계약조건으로 책을 낸 이들도 주변에는 많이 보인다. 가령, 출간 후에 저자가 책을 사야 한다는 조건 등으로 책을 내는 일이 그렇다.


여하튼 종이책의 사정은 이러하고, 전자책은 출판사마다 인세율이 조금씩 다른데 나는 크게 개의치 않고 출판사 의견에 따른 편이었다. 전자책 시장이 아무리 성장세에 있다고 하여도 여전히 종이책에 비해서는 그 판매가 미진하니까.


그러니까 책 판매가 크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책 하나당 선인세 100만 원 정도만(몰론 세금 3.3% 떼고) 받고서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책을 쓴다는 것은 정말 수지타산이 안 맞는 일이다.


다행히 출간 종수가 늘어나면서는 책의 인세뿐만 아니라 다른 일로 돈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올해 음악 에세이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를 출간하고 나서는 이런저런 재미난 일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국악방송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며 출연료를 받기도 했고, 한 뮤지션의 신보 소개 글을 쓰며 원고료를 받기도 했다. 또 얼마 전에는 한 도서관에서 독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며 강연료를 받기도 했다. 그리 큰돈은 아니지만, 글을 쓰지 않았다면, 책을 내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기회들이다.


또 직접 내 주머니로 돈이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난생처음 내 책>이나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오디오북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각각 수백만 원의 혜택을 받을 수도 있었다. 마침 이 글을 쓰는 오늘은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의 오디오북 검수용 파일이 도착한 날이기도 하다. 하아, 작가의 삶이란...


오디오북.jpg 총 5시간 분량의 오디오북... 언제 다 들어보나...


아마 글을 쓰는 사람들이 글을 써서 벌 수 있는 '벌이' 중에서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것은 2차 저작에 따른 영상화가 아닐까 싶다. 그게 드라마가 됐든, 영화가 됐든. 그 외에는 글을 쓰며 벌 수 있는 돈이라는 게, 그리 크지는 않은 것 같다. 여전히 이 일은 아무런 확신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니까.


상금 500만 원을 준다는 브런치 공모전에 글을 보냈지만, 붙을 확률은 아마도 0.02% 정도 일 테고, 며칠 전에는 여섯 번째 책을 계약하면서 계약금 100만 원을 받았다. 책을 다섯이나 내었지만,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은 여전히 돈보다는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다. 계속 꾸준히 쓰다 보면 언젠가는 베스트셀러가 나올지도 몰라, 또 언젠가는 내 글이 영상화가 될지도 몰라, 뭐 그런 기대들을 아주 조금씩 하면서.


그런 와중에 브런치에서는 '크리에이터'라는 징그러운 빠찌를 달아주고서, 응원으로 수익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돈이 생길 수 있는 '창구' 하나가 더 생겼지만, 이걸로 뭐 얼마나 벌 수 있을까. 몰라몰라, 수지타산 안 맞는 글쓰기, 책 쓰기 따위.


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책을 사서 읽어주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리뷰를 써주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브런치를 통해 나에게 돈을 보내준다면 나는 마다하지 않겠다 이거예요. 브런치에서 크리에이터 빠찌 단 사람들도 돈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계좌 등록해 봅니다, 네네. 한 달에 한 500원이나 생길런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혹여나 브런치을 통한 수익이 생기면 철저하게 저의 사익으로 쓸 예정이니까능 (슈퍼에서 890원에 파는 닥터페퍼 제로 같은 거 사 마실 듯...) 제가 또 글 써서 돈 생겼다고, 돈 자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라며... 저는 그럼 여섯 번째 책을 쓰러...


그럼 이만, 총총.



돈주라.jpg 징그러운 브런치 빠찌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돈을 달라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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